#08 성취와 인내의 상관관계

by 온아

아이에게 성취감은 가장 큰 성장촉진제다.

작더라도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에서 오는 만족은 자존감을 단단히 세워주고, 다음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하지만 아직 서툰 손으로 뭐든

“내가 할래, 내가 할 거야!”

외치는 아이를 보면 나는 잠시간 망설인다.

모든 걸 뜻대로 하게 두기에는 뒤처리가 두렵고, 대신해 주자니 아이의 성취를 빼앗을까 염려된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아이의 성취감만큼이나 부모에게도 중요한 성장 과제인지 모른다.


요즘 아이는 뭐든 혼자 하려 한다.

정수기에 까치발로 서서 물을 받고, 샤워 후 로션을 바르고, 양치할 때 치약도 직접 짠다.

무언가를 따르거나 옮기려 하면 어김없이

“내가 할 거야!” 하며 달려든다.


처음엔 흐뭇했다.

이제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이 자란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적당한 양을 가늠하지 못해 엎지르고, 흘리고, 넘친다.

그대로 두면 장난으로 번지고, 도움이나 제재가 필요해 보여 손을 얹으면 금세 울음이 터진다.


이쯤 되면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낸다.

“그만, 이제 그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스스로도 멈칫한다.

중요한 건 과정임을 알면서도 바람직한 결과로 유도하지 못한 채, 나는 아이를 막아선다.


오늘은 밥을 하려 쌀을 옮겨 담는데

“내가 할래!” 하며 달려온 아이.

이미 담긴 쌀을 도로 쏟고, 다시 담고, 또 쏟고... 쌀알이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알 한 알 주어 담고 물을 부어 그릇 밑에 수건을 깔아주었다.

“쌀이 밖으로 튀지 않게 살살해야 해.”

조물조물.

물이 뽀얗게 변해 쌀알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잘했지? ○○이는 요리사야!”

“우와, ○○이 덕분에 밥이 더 맛있겠는걸!”


겨우 쌀을 씻은 일일 뿐인데 아이의 안에는 이미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며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이의 성취를 기다려주는 일은, 또한 단단해지는 훈련이다.




아이의 성취감은 결국 부모의 인내 위에 자란다.

그 시간을 견디고 바라봐 주는 것이 사랑의 또 다른 형태임을 매번 잊었다가, 오늘도 다시 배운다.




천천히 해보자. 기다려주자.
아이는 자라고, 나는 참으며 배운다.




매거진의 이전글#07 분리의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