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멈추던 순간

그리는 사이 #002

by 온아

오래 앉아 있길 바랐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지만, 재료를 준비하고 아이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날이면 나는 은근히 기대했다.


아이가 손을 더 쓰기를, 조금 더 만지기를.


아이의 손은 잠시 바쁘게 움직였다.

쥐었다 놓고, 다시 만지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 어느 순간 멈췄다.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떼고,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나는 그 손을 붙잡아 보려 했다.

“조금만 더 해보자.”

손이 멈춘 이유를 묻기 전에, 다시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무언가 만들어지기 전이었고, 집중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내 기준에서는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았는데, 아이는 이미 충분하다는 듯 온몸으로 그만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기껏 준비한 미술놀이는 그렇게 끝났다.

바닥에는 재료가 남아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흔적 그대로 다른 놀이로 전환되었다.

그날은 아이의 반응보다, 내가 준비한 시간이 더 길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았을 때, 아이의 손은 또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이전의 멈춤 이후, 나는 조금 덜 서두르기로 했다.


성급하게 개입하지 않으니 아이는 자기 속도로 그 시간을 조금 더 이어갔다. 길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결이었다.


아이와 미술을 한다는 것은 늘 무언가를 더 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어떤 순간에는 그만두는 선택을 함께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한 ‘사이’의 시간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