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만 있어도 될까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포츠가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인생이자 사업의 미션이다. 하지만 왜 하필 스포츠일까? 수많은 산업과 분야가 있는데, 왜 나는 스포츠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내 사업을 하겠다며 작년 2월 퇴사를 하고 고군분투를 했지만 별다른 결과물이 없던 나는 도피하듯 그 해 12월에 잠시 미국에 다녀왔다. 두 달간의 생활 동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방문했다. AI를 주제로 한 이 행사에서 나는 놀라운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목격했다.
일상의 모든 면에서 AI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시장 곳곳에 넘쳐났다. 이는 분명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과연 이런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은 나에게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했다. 1999년 개봉한 이 영화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Matrix'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영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편안한 가상현실과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진정한 현실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CES에서 본 기술들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성장할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나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하게 되었다. 바로 '도파민 사회'라는 개념이다.
우리는 지금 끊임없는 자극과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동영상 플랫폼의 끝없는 추천, 게임의 보상 시스템 등은 우리 뇌에 지속적으로 도파민을 공급한다.
나 역시 이런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잠깐만 확인하고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아침.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숏츠, 릴스, 틱톡... 끝없이 이어지는 숏폼 콘텐츠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나의 소중한 아침 시간은 증발해 버렸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정말 나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도파민은 우리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동기부여와 보상 체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다시 '매트릭스'의 교훈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영화 속 인간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뇌만을 자극받으며 살아가듯이,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나쁜' 도파민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이런 종류의 도파민 자극은 마치 매트릭스 속 인간들처럼, 우리의 뇌만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순간적인 쾌감은 줄 수 있지만, 진정한 성취감이나 장기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운동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러너스 하이'와 같은 현상은 '좋은' 도파민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종류의 도파민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신체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이 도파민은 단순히 뇌만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 전체에 활력을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트릭스'에서 깨어나 진정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와 운동이다.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운동을 통해 얻는 도파민은 지속적이고 건강하다. 이는 단순히 뇌를 속이는 가상의 만족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의 진정한 성취와 만족을 의미한다. 운동의 효과는 오래 지속되며, 뇌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의 건강에 기여한다. 체력 향상, 기술 발전 등 실제적인 성과와 연결되어 우리에게 진정한 성취감을 선사한다.
스포츠는 또한 우리를 실제 세계와 연결시킨다. 가상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교감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
더불어, 스포츠는 사회적 연결의 강력한 도구다. 함께하는 운동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해 준다. 팀 스포츠에서 우리는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개인 스포츠에서도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법을 익힌다.
스포츠 정신은 우리의 인간다움을 회복시켜 준다. 노력, 인내, 팀워크, 페어플레이 등 스포츠가 가르치는 가치들은 우리 삶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소중한 덕목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개인으로, 더 나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포츠가 있게 한다"는 미션을 갖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목표를 넘어, AI 시대에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이다.
혹시라도 이 글이 기술을 거부하자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균형 잡힌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나의 답변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기술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실제 세계와의 연결을 잃지 않아야 한다.
AI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개발자 출신인 나는 기술의 중요성과 그 힘을 잘 알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경험과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기술 시대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하면서, 나는 내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나의 비전이 되었다. 나는 기술의 힘을 빌려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서로 교류하며, 실제 세계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포츠를 넣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에서는 내가 이 미션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하여 더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그날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친다. 지금 당장 휴대폰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운동화 끈을 묶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바로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