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Your Moment: Oursymbol 프로토타입 마지막 단계
벌써 11월 7일 새벽 2시다. 2시간 전 업로드 요청이 들어온 작가님의 사진을 처리하고 있다. 마지막 프로토타입 테스트였던 2024 JTBC 마라톤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작가님들의 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숫자부터 이야기해보자.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시작된 아워심볼의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이제 마지막 단계를 끝냈다. 그때는 29명의 작가님들이 9,599장의 사진을 공유해주셨는데, 이번엔 무려 78명의 작가님들께서 116,743장의 사진을 전달해주셨다. 작가님 수는 2.6배, 사진은 12.16배나 증가했다.
왜 이런 폭발적인 증가가 있었을까. 작가님들의 요청이 있었다. 본인들도 링크로 사진이 전달되면 촬영된 분들이 사진을 찾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아워심볼이 도움이 됐지만, 사진의 출처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물론 워터마크를 넣으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작가님들은 이미 알고 계셨다. 사진을 받는 사람들이 워터마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이번엔 작가님들의 프로필을 표시하는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 그랬더니 기존에 참여하지 않으셨던 분들까지 사진을 공유해주셨다.
firebase 통계를 보니 대회 후 3일간 중복을 제외한 접속자가 8,831명. 그중 84.89%인 7,497명이 페이스서칭 기능을 사용했다. 접속한 10명 중 8-9명이 실제로 핵심 기능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전체 참가자 3.5만명 중 25.23%가 접속했다는 건, paid 마케팅 없이도 놀라운 수치다. 가입자 수도 4,769명이 늘어 누적 12,540명이 되었다. 서비스 가치를 입증하는 숫자들이다.
대회 당일을 떠올려본다. 현재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리더로 있는 우리 크루 SSRC(성수러닝크루)를 응원도 못 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스케줄을 오후로 조정할 수 있었다. 운영진들이 응원 계획을 잘 짜주신 덕에, 이전처럼 내가 직접 리딩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응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회장. 쌀쌀한 온도 속에서도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주자로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러 러너들과 인사를 나누고, 크루 분들과 단체사진도 찍었다. 8k 지점부터 시작해 10k, 풀코스 주자들까지 열심히 응원했다. 뒷풀이도 가고 싶었지만, 조정해둔 미팅이 있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대회 전날 스포츠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설문지를 열어보니 역시나 키위삼촌 작가님이 가장 먼저 사진을 공유해주셨다. 시작부터 18,599장의 대용량 작업. 말 그대로 끝판왕을 만난 기분이었다.
한 장이라도 빨리 전달하고 싶었다. 사진 전달 시간에 따른 골든타임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사진이라도 대회 당일에 받는 것과 일주일 뒤에 받는 건 그 가치가 다르지 않은가. 실제로 대회 당일에 가까울수록 SNS 공유율이 높아졌다.
키위삼촌 작가님의 사진 업로드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실 병렬처리로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어디서 병목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일일이 작업해보니 사진 용량 최적화의 필요성 같은 개선점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업로드가 완료될 때마다 아워심볼 인스타그램 계정의 스토리로 작가님들을 태그했다. 작가님들도 스토리를 리그램해주시고,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일어났다. 정신없이 업로드하다 보니 밤을 새웠다.
CS 요청도 계속 들어왔다. 어떤 사진은 삭제해달라, 사진이 덜 올라간 것 같다 등. 사진 업로드하기도 바빴지만, CS는 최우선으로 처리했다. 고객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이 됐던 건 페이스서칭 결과를 100장으로 제한해둔 것이었다. 비용 문제로 제한을 걸어뒀는데, 작가님 수가 늘고 사진이 12배 이상 모이다 보니 100장 이상 촬영된 분들이 꽤 많았다. "100장까지만 찾아지는 게 맞나요?"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심지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유저도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하다가 결국 제한을 풀어버렸다. 이전보다 비용이 3배 늘어났지만, 유저 만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주변에서는 왜 돈을 들여가며 서비스를 하냐고 걱정스레 물어본다. 솔직히 나는 아직은 돈머리 좋은 사업가는 아닌 것 같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말한 "Do Things that Don't Scale"처럼, 나는 내 주변의 불편함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러닝크루 20명을 대상으로 수작업으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다.
흔히 말하는 린스타트업 방식, 일주일 만에 검증하고 반복하는 것. 틀린 건 아니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다. 시장성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수익만 따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아워심볼이 앱스토어 사진/비디오 카테고리에서 6위를 기록했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 때 19위를 기록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 JTBC 마라톤을 끝으로 프로토타입 테스트도 마무리되고 이런 성과까지 이뤄냈다. 숫자보다 더 값진 건 내가 전하고 싶었던 가치가 사람들에게 닿았다는 것이다.
이제 JTBC 마라톤을 끝으로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마쳤다. 아워심볼은 단순한 사진 앱이 아니다.
우리의 슬로건처럼 한 사람의 열정적인 순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현재는 스포츠에 참가한 사람들의 열정을 담은 모습을 더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사진을 찾고 다운로드하는 데 요금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도와드려야 할지 방향이 더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다음 시즌 전까지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해외 진출도 검토해보려 한다. 스포츠는 언어를 초월해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니까.
사실 내가 말하는 스포츠는 단순히 육체적, 정신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류, 그리고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한다. 그 안에 불가피하게 경쟁이 생기기도 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 있어 건강한 경쟁, 결과에 승복, 승자를 축하하는 등 보다 건강하게 하는 모습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포츠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