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관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점심시간, 헬스장으로 향하는 회사 사람들이 눈에 띈다. 누군가는 냉장고에서 샐러드를 꺼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퇴근 후 PT 이야기를 한다. 같은 공간 안에서 누구는 몸을 키우고, 또 누구는 병상에 누워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친구들에게서도 암에 걸린 지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그런 풍경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삶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나를 지탱하는가, 어떻게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무너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요즘 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이근후 작가님의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있다. 90세의 작가가 전한 글이라 무게가 다르다. 그는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소소한 즐거움을 놓치지 말며, 관계 속에서 따뜻함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아침 햇살 한 줌에도 미소 짓는 힘이 장수의 비밀임을 알게 된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내가 지키는 작은 습관들이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삶을 유쾌하게 만드는 씨앗처럼 다가온다.
내가 지키는 루틴은 단순하다.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면 점심에는 마시지 않는다. 어떤 날은 커피 향이 내 자리까지 퍼져도, 의도적으로 물 한 모금을 더 삼킨다. 맹물은 잘 안 넘어가서 얼음을 가득 넣고 콤부차나 레몬즙 같은 제품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마신다. 차갑다. 하지만 그 물 한 모금이 나를 버티게 한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집도 어수선해진다는 걸 알기에 한 달에 한 번은 서랍을 열고 물건을 비운다. 오래된 영수증 뭉치를 버리며, 그때의 고민도 함께 흘려보내는 듯했다. 현관문을 열자 공기가 맑아졌다.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밤이 되면 휴대폰을 거실에 두고 무소음 알람시계와 온열 안대를 챙겨 침대로 간다. 따뜻해진 눈가가 서서히 긴장을 풀어주고, 몸은 조용히 잠 속으로 스며든다.
점심시간이면 10분이라도 햇빛을 받으며 걷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식물처럼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감각이 돌아온다. 어느 날은 하늘이 높아진 걸 보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체감했다. 저녁이면 매미 소리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와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공기에서 가을 냄새가 묻어날 때, 계절은 확실히 내 곁에 와 있었다.
사람을 대할 때는 하나 더 선물하고, 하나 더 양보한다. 작은 친절이 쌓일 때마다 내 마음도 조금씩 환해진다. 그리고 되돌려 받을 생각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물론 아직 도전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는 일, 당분을 줄이는 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근력 운동을 보완하는 일, 필요할 때는 혼자 짊어지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 등이다. 이 과제들은 아직 루틴이 되지 못했고, 말 그대로 도전으로 남아 있다.
책에서 이근후 선생은 말했다. “늙음을 받아들이되, 즐겁게 살아라.” 그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었다. 그는 병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그 태도를 본받고 싶다. 오늘의 작은 선택과 도전이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든다. 나를 지키는 건 내일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의 작고 단순한 습관들이다. 그리고 그 습관들이 쌓일 때, 나는 내일의 나를 더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