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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전문 오코치 Oct 24. 2021

1-9. 직업 선택의 기준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 걸려있는 나무 현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걸 잃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크게 돈과 명예로 나뉘었던 것 같다. 지금 50~60대의 부모님 연령대에는 지금처럼 공무원 등 안정성이 장점이 되는 직업은 큰 인기가 없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었고, 급여를 많이 받는 직장에 다니거나 흔히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교수, 판·검사, 의사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명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했다. 경제 성장은 점차 둔화했고, 청년실업은 날로 악화했다. 자연스레 공무원, 교사, 경찰 등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에 청년들이 몰렸다. 또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선호되며 오후 6시 정각에 퇴근하고 자신이 원하는 개인적인 삶을 누리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직장을 구할 때도, 기업 현직자들이 작성한 기업평가를 기반으로 복지는 어떤지, 연봉은 얼마인지, 야간근로는 많은지 등등 꼼꼼히 따져보고 입사 여부를 결정할 정도다.     


  사람들은 살아온 환경과 생각하는 가치관이 모두 다르기에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주관적인 영역이다. 돈이든 명예든 워라밸이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을 통해 행복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는, ‘성취감’이다. 앞선 장에서 이야기한 ‘인정’이 바로 성취감에 관련된 것이다. 인간은 일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야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꾸준히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일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야 한다. 또한, 작은 성취라도 느낄 때 지속해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해내기 위한 힘을 얻는다.     


  둘째는 ‘자율성’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신입사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제가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신입 직원들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갈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직의 특성상 그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신규직원들은 상사의 생각을 구현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대기업에서는 1~2년 동안은 신입사원에게 큰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 기간에는 선임이 하는 일을 옆에서 배우고 회사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집중한다. 물론 작은 기업에서 일손이 부족한 경우, 회사의 특성상 신입 직원을 실무에 빠르게 투입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신입사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은 어떻게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회사의 문화까지는 바꿀 수는 없으므로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맡은 업무를 더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나 작은 조직의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도 '적극행정'에 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고, 실제 공무원 면접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적극행정이란 소극행정의 반대되는 말로,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에게 행정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지만,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어 도울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규정상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며 넘기는 것이 아니라, 민관 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업무 처리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점차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사 한지 몇 년이 지나면 일이 손에 익어 편안해지고, 더 이상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새로운 일을 만들면 업무는 많아지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현상 유지를 택한다. 그러나 먼 미래를 생각해볼 때 이런 마음가짐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금 위치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 할 때 진정으로 일로서 행복한 내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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