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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전문 오코치 Oct 24. 2021

2-2. 인정하는 부모 vs 설계하는 부모

  그렇다면 어떤 부모가 자녀의 진로 설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자녀의 타고난 본성과 성향은 물론 재능을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투애니원(2NE1)의 멤버였던 가수 씨엘의 아버지이자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일하는 이기진 교수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내용은 자신의 딸 씨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떤 이유도 묻지 않고 딸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왜 이유를 묻지 않았느냐?"라고 이야기하자 "굳이 서로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될까 봐 그랬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이기진 교수의 가치관이 잘 드러났다. 한마디로 ‘자녀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기 위해서였다.’는 뜻이었다. 본인이 스스로 수없이 많이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므로 그 선택을 온전히 지지해 주었다는 말이다. 당시 씨엘은 아침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학업과 가수 연습생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많이 지쳐있었고, 자기 일에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 자퇴를 결심했다고 이야기한다. 열린 사고방식을 지니고 진정 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아버지 덕분에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가수 씨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진로를 직접 설계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기에 자녀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 사회 경험이 풍부한 부모가 자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제시하고, 그 계획대로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크게 간과한 점은 바로 자녀를 아직 미성숙한 존재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가고, 가슴이 뛰는지는 각자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이다. 진로 설정의 중심은 반드시 자녀에게 있어야 한다. 부모의 생각이 더해지는 순간 진로의 방향성을 잃기 마련이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설정해줄 때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자녀 스스로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힘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대학, 취업, 결혼 등 각자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 이 순간에 자신의 가치관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기르는 건 너무도 소중한 기회이다.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부모를 포함하여 타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면 성인이 된 이후에 마주하게 될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자신만의 가치관이 담긴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가장 중요한 건 자녀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사람은 모두 태어난 이유와 쓰임새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타고난 성향과 그에 따른 재능의 발현을 통해,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과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봐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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