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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별 Nov 20. 2024

기억의 숲 07

다오낼 마을. 나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다. 좁은 길 양옆으로 하얀 눈이 쌓인 나무들의 줄기가 서로 맞닿으며 눈꽃 아치를 만들었다. 눈꽃 아치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씩 조금씩 눈꽃 아치의 끝이 보였다. 새로운 세계로 연결해 줄 눈꽃 아치를 통과하니 눈앞에 보이는 건 달빛 아래 불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2층 집뿐이었다. 고요하고 적막한 이 마을에서 달빛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저 멀리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반짝이는 빛이 보였지만 지금의 체력으로 가기에는 무리였다. 나는 달빛마저 삼켜버릴 것 같은 어둑 컴컴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 집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또다시 세게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며시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을 반쯤 열고 고개를 내밀며 “실례합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한 집 안에서 내 목소리만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았다. 삐거덕 거리는 나무 바닥을 조심스레 밟으며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 불이 켜니 중앙에는 기다란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안쪽 가장자리에는 단정하게 쌓아놓은 나무토막과 벽난로가 있었다.  “아무도 안 계세요?”라고 말하며 낡은 계단을 살금살금 밟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삐걱삐걱 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온몸이 굳어버리는 거 같았다. 2층에는 얌전하게 정돈된 침대와 초록색 소파 그리고 원형 탁자가 보였다. 2층에도 아무도 없었다.

‘꼬르륵’  

긴장이 풀리면서 배고픔이 찾아왔다. 나는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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