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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별 Nov 19. 2024

기억의 숲 06

나는 두꺼운 외투를 가슴 쪽으로 힘껏 당겨 단단히 여미고 바람을 맞서며 길을 걸었다. 짙은 회색빛의 하늘에서 눈이 쏟아질 거 같았다.

‘큰일이다.’

날은 저물어가는데 아직 엄마의 고향인 그 마을에 도착하지 못했다. 내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하늘의 색은 더 짙어졌다. 그리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송이가 발개진 볼 위에 떨어졌다. 더 늦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지 못하면 눈 속에서 겨울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눈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얀 입김을 뱉어내며 쉼 없이 달렸다.

“헉 헉”

무거워진 다리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아 두 손을 무릎에 얹고 고개 떨군 채 숨을 몰아쉬었다. 몸속의 내장들이 튀어나오는 거 같았다. 거칠던 숨이 조금은 진정되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눈에 빨간색 표지판이 들어왔다.

‘다오낼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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