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설 - 엄마 없는 밤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고 소설의 모양새를 한 에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에세이 소설이라는 명칭은 없기에 정식 명칭은 소설입니다. 지명과 인물의 이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은경이 이혼했다. 두 번째 이혼이다. 은경은 아이 셋을 혼자 키우기로 했다.
은주는 순자에게 전화해 울며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주의 말을 다 들은 순자는 은주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말했다.
"그려! 니가 그렇게 뭇 살겄으믄 이혼 혀! 워쩌 겄냐. 니가 뭇 살겄다는디. 이혼혀야지!"
며칠 뒤 순자가 전화했다.
"느의 언니두 두 번이나 이혼혔는디 너꺼정 이혼허믄 되겄니... 넘 부끄러워서 엄마가 살 수가 읎다.
싸우지 말구 잘 살어보믄 안 되겄니?"
"엄마...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애들은 워쩔라구 그려? 애들 포기 헐 자신 있니?"
"없지..." "그럼 니가 혼저서 애 둘을 워떻게 키울라구 그러니? 엄마는 너 도와줄 힘이 읎다."
"그러게..." "이혼허지 말고 어떻게 즘 참구 잘 살어 봐라... 니가 참으야지 새끼들 그거 워쩔라구 그러니..."
이혼하면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는 것쯤은 은주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수없이 돌이켰던 일이다. 그런데도 이혼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주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 와중에 남 보기 부끄럽다는 말은 은주의 상처를 한 번 더 후벼 팠다. 세상에 완전한 내 편은 없는 것 같아 은주는 외롭고 슬펐다.
은주와 성민은 너무도 다른 사람이 만나 결혼생활 내내 죽일 듯이 싸웠다. 이해할 수 없었고 상대를 고치려 들면서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첫째 아이는 어릴 적 뇌수막염으로 지적장애인이 되었다. 머리 수술을 하고 사시 수술도 했다. 아이는 뇌전증으로 발작도 일으켰다. 2년 동안의 발작과 7년 동안의 뇌전증 약 복용은 은주를 지치게 했다.
세상은 장애아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은주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서러움에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은주는 항상 혼자였다. 성민은 새벽까지 자기 방에 들어가 일만 했지, 힘들어하는 은주를 한번 안아 준 적 없었다. 성민에 대한 서운함은 분노가 되었고 둘의 싸움은 끝이 없었다.
은주는 애정결핍이 심했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남편에게 받고 싶었다. 마음에 뚫린 구멍은 메꿔지지 않았다. 애정결핍과 우울증, 낮은 자존감은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술로 아빠를 잃은 은주는 성민이 과음으로 늦는 날이면 견딜 수 없었다. 술고래로 살다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성민은 일 년 365일 중 300일을 술을 먹고도 기꺼이 술자리로 뛰어나갈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민은 애주가답지 않게 술에 약했고 어디서든 잠들어 연락이 끊겼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은 이혼으로 향해갔다. 하지만 이혼할 수 없다는 현실은 더욱 큰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성민은 뻔하고 단순한 사람이었다. 은주는 단순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자신이 더 바보 같았다. 은주는 성민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을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애정결핍과 우울증, 낮은 자존감의 원인이 되는 쓴 뿌리를 찾아야 했다.
은주는 책을 읽고 마음의 상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 안에 공허함의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 들어갔다.
사랑받지 못하고 결핍으로 앙상한 내면의 아이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어루만져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상처는 상처로 인정해야 했다.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