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정원

"우영우 아니고 봄이 엄마로 살기 (봄의 왈츠)"

by 온벼리


연일학교 입학식에 함께 간 남편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애인 특수학교는 처음이었고 장애아들이 모여있는 시설도 처음이었다. 남편은 나의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분명히 마음 아플 텐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 이런 환경을 접하면서 익숙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속상해했다. 이 남자는 여태 혼자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겨우 그거 하나로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한다.

남편은 자신의 딸도 장애인이면서 장애인학교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증인 아이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봄이는 이제 대충 보면 장애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행동이나 말투에서 다름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눈물의 노력이 있었다.


남편은 봄이가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다 보면 배우기는커녕 더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그런 남편의 걱정을 싹둑 잘라 주었다.

"같이 공부하는 애들이 중요하지! 다 같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번에 봄이랑 비슷한 애들이 많이 들어왔데! 걱정하지 마!"

남편의 말처럼 수준이 맞지 않는 아이들과 공부한다면 배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특수학교는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중학교 1학년에 지원한 아이들은 경증인 아이들이 많았고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담임교사는 여태 가르쳐 본 아이 중 가장 수준이 높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봄이는 수업과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다. 자신감이 넘쳐 학교만 가면 날아다닌다. 4년째 반장을 하고, 선생님은 대회만 있으면 종목에 상관없이 봄이를 추천하고, 한술 더 떠 교장 선생님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며 학교 행사마다 참여를 권한다. 기대주가 된 봄이는 학교만 가면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속상하고 방학이 너무 길다고 운다. 무엇보다 소통이 가능한 또래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가장 만족한다. 친구가 최고인 나이에 같이 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고 뭘 하든지 칭찬 일색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특수학교 보조교사 경험이 있는 지인이 특수학교는 아이들을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라며 보내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서 더 많이 알아보고 결정에도 신중했다. 학교의 분위기와 선생님들의 태도를 가장 많이 본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저 보호시설 같은 학교가 아니기를 바랐다. 감사하게도 호의적인 환경에서 적당히 잘 맞는 수준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연일학교는 공부가 우선이 아니다. 영어 수업도 없고 수학도 초등 저학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학년과는 별개로, 반별로 아이들 평균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수업도 일찍 끝나고 이론보다는 체험 위주의 수업이다. 매주 등산을 하고 농사를 짓는다. 합창을 하고 간단한 악기 연주와 아이돌 댄스를 배운다.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기도 한다. 되지도 않는 공부로 머리를 쥐어뜯느라 자신감과 영영 이별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았다. 공부보다는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요즘 특수학교는 대학처럼 전공과가 있는 학교도 많다. 무늬는 대학 같으나 실제로는 직업훈련이다. 내년부터는 추첨제로 바뀐다는 말도 있어 입학이 어려워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도전해 볼만하다.


고2가 된 봄이는 이제 졸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 무엇을 결정하더라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그래도 연일학교는 좋은 선택이었고 봄이가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어느 곳이나 장단점이 있듯 연일학교에도 단점은 있다. 사소하고 작은 단점들도 있지만 봄이에게는 달고 내게는 쓴 단점이 있다. 연일학교 교사들은 봄이에게 똑똑한 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중 봄이는 똑똑한 아이에 속하는 것이다. 칭찬이라지만 비교에서 오는 말이니 개인적으로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봄이는 연일학교에서는 똑똑한 아이지만 학교 밖을 나오면 일반인과 비교되니 오히려 모자란 아이가 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느끼고 더욱 좌절한다. 똑똑하다는 말은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연일학교는 또 현실감이 떨어지게 하는 단점이 있다. 분명히 직업교육을 시키고 자립을 목표로 가르치는데 왜 그런 것일까? 봄이는 연일학교가 영원할 것처럼 여긴다. 아니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일학교는 꿀을 품은 꽃들로 가득하다. 나비에게는 천국인 것이다. 바람 한 점 없이 봄볕 따스한 봄이의 정원이다.

영원하지 않아 떠남이 아프고 슬픈 날도 오겠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행복하게 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연약한 아이가 앞으로 현실의 비바람을 견디고 넓은 들판에서도 힘껏 날 수 있도록 나는 또 기도하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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