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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벼리 Aug 24. 2023

자기가 먼저 죽으면 많이 울 것 같아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작가의 "초보 노인입니다"를 읽고



 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중 여섯 권의 책을 구입했다. 그중 몇 권이나 리뷰를 쓸지 모르겠지만 일단 관심 가는 책부터 읽고 리뷰를 써 보기로 했다.


 김순옥(안개인듯) 작가의 "초보 노인입니다"는 60대에 접어들어 실버아파트로 이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노인인 듯 노인 같지 않은. 나이로는 노인기에 접어들었으나 노인임에 익숙해지지 않는 작가의 이야기다.




 얼마 전 남편이 실버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유튜브에서 실버아파트 이야기를 봤는데. 예전에 우리가 가봤던 거기 있잖아! 병원이 같이 붙어 있던 아파트 거기~ 우리도 나중에 늙으면 거기 가서 살면 좋겠다! 보증금 있고 월 얼마씩 내고 어쩌고 저쩌고..."

 예전에 인천 계양구에 실버아파트에 가본 일이 있다.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갔는데 바로 옆이 실버아파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아파트 주변을 둘러본 적이 있었다. 글에서 나오는 그곳이 그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편의 말과 맞물려 괜히 더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노인이 되어도 노인처럼 살지 않을 것이 뻔한 나는 남편의 은퇴와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편은 아니었다.

 남편은 한창 사업가로 일하고 있지만 나이 50에 매일 현실의 무게와 씨름하며 스트레스로 내년이라도 은퇴하겠다며 은퇴를 입에 달고 산다. 말이 은퇴지 놀겠다는 소리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는 늙어서까지 아파트에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요양병원의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들었던 터라 나이 들면 실버아파트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었다.




 책을 읽어보니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실버아파트가 요양원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시설이 아닌 각 개인 소유의 아파트로 노인들의 편의에 맞춰 여러 가지가 갖춰진 노인들만의 아파트다. 급할 것 없는 노인들의 시간은 천천히 지루하게 흐른다.  

 작가는 실버 아파트 거실 창밖으로 매일 지켜보던 멋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꽃부부라고 불렀다. 꽃부부가 실버아파트에서의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평생 한량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남편대신 가계를 꾸려가야 했던 할머니다. 남편이 지병으로 죽을 날을 받아놓았던 터라 할머니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그저 담담했지만 갑자기 우울증으로 걸음마를 잊은 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울고 말았다.


 며칠 전 남편이 말했다.

 "자기가 먼저 죽으면 나는 많이 울 것 같아."

 "왜? 왜 내가 먼저 죽어? 맨날 술독에 빠져 사는 자기가 먼저 죽겠지!"

 "나는 안 죽어~ 건강하게 오래 산다니까!"

 "웃기시네! 안 죽는 사람이 어디 있냐."

 "아무튼 나는 자기가 죽으면 엄청 슬퍼하고 많이 울 것 같아."

 남편은 당장 내가 죽을 것처럼 입을 삐쭉거렸다. 나는 동요하지 않고 대답했다. 

 "허! 퍽이나? 자기는 오래 안 울 것 같은데?"

 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많이 울지 않았던 너였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간지럽히고 있었지만 차마 뱉지는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긴 해~ 내가 좀 오래가는 편은 아니지?"

 "오래 살려면 술을 좀 줄이는 건 어때?"

 "나는 안 죽는다니까! 술 한잔 하러 갈래?"

 "으휴~ 진짜!"


 말은 그리 했지만 남편은 내가 먼저 죽으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주변을 보면 사이가 좋고 정정하던 노부부가 한 명이 먼저 떠나면 다른 한 명도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슬퍼하고 그리워하면서 짜증 나도록 외롭고 가늘고 길게 오래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아~ 벌써 짜증 난다. 혼자 노는 것은 좋아해도 외로운 건 싫은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죽음 이후가 두렵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 슬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새것을 좋아하고 흘러간 유행가요도 듣기 싫어하는 나지만 해묵고 오래된 물건과 사람에게 정이 많으니 오래되어 익숙해진 남편과 이별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 슬프다.


 책을 읽고 노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 중년의 초보지만 머지않아 노년은 올 것이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병이나 사고 없이 잘 산다면 말이다.


 타인의 삶을 공짜? 아니 16,800원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렇다. 가로 12.8cm 세로 18.7cm 크기의 조그마한 이 책은 16,800원이다. 후다닥 읽을 수 있다. 브런치 책들은 유난히 크기가 작다.^--^


 쓰고 보니 글 소개는 거의 없고 다 내 이야기뿐이다. 나는 오늘 무엇을 쓴 것인가? 이것은 리뷰인가? 에세이인가? 아무튼 리뷰라고 우겨보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순옥 작가님!!

당신의 삶을 나눠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많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홍보 목적이나 리뷰 제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분이니 내친김에 링크까지 걸어 봅니다.

참고로 저는 김순옥(안개인듯) 작가님의 구독자도 아니고~ 오늘 처음 찾아가 봤습니다.^^

(책에는 브런치북보다 더 많은 내용이 담겨있더군요. 추가로 쓰신 걸까요? 아니면 내리신 걸까요?)

https://brunch.co.kr/brunchbook/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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