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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벼리 Aug 29. 2023

마음을 치유하는 절대적인 사랑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를 읽고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골디락스'의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를 읽고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릴 적 겪었던 아픔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아픔을 어떻게 맛깔나게 풀어낼까? 그녀의 말투에는 단단함과 시원함이 있다. 그녀는 정신과를 다니며 자신의 문제점들이 어릴 적 환경과 부모에게서 왔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부모를 잘못을 따져 보겠다고 호기롭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남편을 부모님께 처음 소개하던 날, 나는 긴장했다. 우아하지도 사랑이 넘치지도 않는 집에서 자란 것을 알게 되면 이 사람이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용한 집에서 걱정 없이 사랑 듬뿍 받고 자란 귀한 딸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니 실제로 그런 사람이길 바랐다.

 상처투성이인 내 집과 나의 과거와 나의 마음을 다 보여줘도 남편은 그대로였다. "나 어릴 때 부모님한테 서운했어"라고 말해도 남편은 그대로였다. 그럼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그때 사실 엄청 화났어"라고 말했다. 남편이 그대로 날 사랑해 주면 조금 더 용기가 났다.
 "그때 개 빡쳤어, 부모님이 너무 싫었어."
 남편은 웃었다.
 그때서야 나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놨다.
 "우리 집 존나 싫어!! 씨발!!!!!!!!!!!!!!!!!!!!!!"

 남편은 다행히 웃었다. 나는 부모님을, 상처투성이인 우리 집을, 나의 과거를 조금씩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중에서 -


 그녀를 대하는 그녀의 남편의 태도에 위로받고 나는 또 울었다.


 그녀는 이제 남편 앞에서 개다리 춤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그런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가 아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본인이지만 이등공신은 남편이라 생각된다. 남편의 지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나의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용납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불같이 싸웠다.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13년을 죽도록 싸웠다. 나는 나의 문제점이 어린 시절에서 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찾아 자신을 치료하고 가정의 평화와 내면의 평화를 찾는데 까지 또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녀는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그 힘겨운 과정을 뛰어넘은 것이다.


 요즘 나는 책을 읽고 나면 남편에게 숨도 쉬지 않고 책 내용을 쏟아 낸다.

 "그러니까 자기도 내가 개다리 춤추면 다 봐줘야 돼~ 알았지?"

 "그럼~ 얼마든지 추세요~"

 내게도 이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개다리춤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린 시절 아픔을 담은 소설 <엄마 없는 밤>을 써냈다. 에세이로 쓸 때는 다 써내지 못하고 포기했는데 다시 용기를 내 소설로 쓰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녀처럼 나도 부모의 이야기를 써내면서 부모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한 번쯤은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절대적인 사랑. 부모의 사랑인 것이다. 그 부모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적인 사랑을 찾아 불안전한 행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부모와 나, 그리고 나와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점검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녀의 글에는 엄청난 사건이 담겨 있지는 않다. 어쩌면 흔한 앞집, 옆집 이야기 일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7080 세대의 흔한 가정사 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글 솜씨는 읽는 맛을 더해 준다. 그 맛이라는 것이 공모전의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내 글을 들여다본다.

 더 재미난 글을 쓰려면 재미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한없이 진지하기만 한 나는 아직 내공이 상당히 부족하다. 틈틈이 마음껏 까불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 아이들이 오면 오늘도 마음껏 까불어야겠다. 까부는 것은 봐줄 사람이 있어야 제맛이다. 따라 해 주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아픈 과거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 아픈 감정을 다시 느껴야 하기에 용기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내적인 힘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의 시작은 부모의 잘잘못을 저울질하며 작정하고 원망하고 비난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디락스는 부모를 사랑하기 위해 글을 썼다. 자신의 마음을 치유한 사람만이 타인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용기가 비슷한 상황의 독자들에게도 같은 용기를 주리라 믿는다.
-원정미(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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