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를 읽고
책이 나온 지 꽤 됐지만 느지막이 서평을 써 본다. 저자는 왜 이제서 서평을 올리냐고 하겠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늦은 서평도 도움이 된다는 제멋대로의 논리를 펼치며 홍보 피켓을 흔드느라 무거워졌을 저자의 한쪽 팔에 살포시 힘을 보태본다.
저자에게 어느 날 느닷없는 문자 한 통이 날아온다.
"밥은 먹고사냐?"
S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초등 동창의 40년 만의 연락이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친근함 표현법 일수도 있으나 학창 시절 열등생이었던 친구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저자는 친구의 문자는 씹었지만 대답을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의 왕 지우개를 훔치던 국민학교 시절부터 교감 선생이 되기까지 짧고 굵은 78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글은 작가의 민낯 그 자체다. 본명을 쓰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저자는 교감 선생이다.
'선생인데 어릴 적에 공부를 못했다고?'
'공부를 못했던 사람이 어떻게 교감이 될 수 있었지?'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40~50대? 라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인 배경의 재미가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글은 시종일관 재미를 추구하다 말미에는 정점을 찍는다.
저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홀로 상경해 부모의 도움 없이 학비를 벌며 대학을 다녔다. 배고팠던 시절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는 그 마저도 재미나게 풀어낸다. 남이 먹고 내놓은 자장면 그릇에 남아있는 면을 먹으며 매번 만두를 남기는 국어과 교수에게 존경의 엄지를 치켜든다. 어쩌면 남이 볼까 부끄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쓰럽고 창피했을 혼자만의 기억을 공유했으니 왠지 모를 동지애가 생겨난다. 저자는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저자와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사람이지만 모든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의외의 바보스러움은 재미를 더 한다.
저자는 본인을 '생활 바보'라고 표현한다. 솔직한 고백에 속이 시원하다. 그 생활 바보가 우리 집에도 있으니 200% 실감하며 읽었다.
내 남편은 할 줄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전기밥솥과 로봇 청소기도 쑬 줄 모르고 휴대폰 설정 방법을 몰라 초등 6학년 딸에게 물어본다.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가르쳐 줘도 모른다.
밖에서는 회사 대표를 하는 사람이지만 집에만 오면 왜 바보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남편이 공부를 잘했었다는 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는 왜 바보와 결혼을 했지?'
'그 바보가 밖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오는 거지?'
심도 깊은 고민도 해 보았지만 시원스러운 답은 찾지 못했다.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이 책을 통해 남편을 본다. 아!! 남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겠구나! 남자들에게는 공감이라는 재미가 있겠지만 여자들에게는 남편을 이해하는데 꽤 유익한 책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 사는 것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니 이래서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남편이 말한다.
"남편을 그렇게 바보로 만드니까 좋냐?"
"그럼~!! 내편이 많아져서 좋고 위로가 돼서 좋고 글도 재미나서 좋지~~!!"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지는 않았다오~ 있는 그대로 까발려 팔아먹었을 뿐이오~
자기야~ 오늘도 심하게 팔아먹어서 미안~~!! ^^
저자의 브런치 스토리입니다. (민머리 프로필 이미지를 보고 놀라지 마세요. 깡패 아닙니다. 이상한 사람도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헉!! 뭐지? 이상한 사람 아냐? 그랬답니다. ^^;)
https://brunch.co.kr/@assagaorry
대충 써 놓기만 하고 나중에 올리려 했는데 결국 다 써서 올립니다. 소설 준비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있는데... 글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 되니... 아휴~
저는 어디 도망 못 갈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