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뻔소- 에피소드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은 브런치북 '이뻔소(이혼할 뻔했네 소중한 너를 두고)'의 후속 에피소드입니다.
예전에는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이제는 아주 드물게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 되었죠. 그런데 요즘은 가끔 조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보기에는 환자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말이 조증이지 저는 마냥 즐겁습니다. 브런치 작가 골디락스님의 개다리춤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둘째는 그런 저를 보면 신이 나서 따라 합니다.
민수 (까부는 아내를 피해 둘째에게 호소 중)"야! 느그 엄마 미쳤다! 술도 안 먹고 취했다! 어쩌면 좋냐?"
둘째 (엄마를 따라 하며)"나도 엄마처럼 안 취하고도 취한 사람처럼 놀 수 있어! 우하하하!"
주희 (비장하게)"그래 장하다 내 딸!! 너는 내가 잘 키웠구나!"
민수 "놀고들 있네! 아! 그만 좀 까불어!"
주희 (놀리며)"우헤헤~ 싫은데~~ 계속 까불 건데~~"
둘째 (세트로)"나도 나도~~"
민수 "장모님은 네가 이렇게 까부는 거 아시니?"
주희 (정색하면서) "응! 모르시지!"
민수 (의미심장하게)"장모님한테 이른다??"
주희 "그래라! 나는 하나도 안 무서운데~ 우리 엄마도 익숙지 않을 뿐! 내가 까불면 좋아하실걸?"
민수 (체념한 듯)"모르겠다! 그래. 맘 놓고 까불어라! 내가 다 받아주마!"
주희 (더욱 심하게)"진짜? 우하하하!!"
민수 "아~~~ 진짜!!!!"
둘째 (눈치껏 자기 방으로 간다)
주희 (급 정색모드로)"받아 준다며? 씁!! 인상 쓰지 마! 이마에 주름 그거 뭐야? 얼른 원상복구 해!"
민수 (공손하게)"원상복구 했어."
주희 (훈계모드로)"이렇게 사랑스러운 부인이 어디 있어?"
민수 (깊은 뉘우침과 깨달음으로 고개를 주억거린다)"없지!"
주희 (눈을 지긋히 감고)"그래. 그런 정신 좋아! 눈에서 꿀 뚝뚝 떨어뜨려봐!"
민수 (눈코입을 익살스럽고 과장되게 움직이며)"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주희 "아니!! 입에서 흘리는 거 말고!! 콧물 말고!! 눈에서 꿀을 떨어뜨리라고!!"
민수 "꿀이 어떻게 떨어지지?"
주희 "겁나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 떨어져!!"
민수 (눈알을 허공에 굴리면서)"불가능한데!"
주희 "왜!! 연애할 때는 꿀 겁나게 떨어졌잖아!! 기억해 봐!"
민수 (어깨를 들썩이며)"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
주희 "죽고 싶냐?"
민수 "아니~ 죽기 싫은데~~ 그래도 지금은 불가능해."
주희 "이런 동태눈깔 같으니라고! 이리 와봐!!"
민수 (필사적으로 밀쳐내며)"으악!!! 얘들아~~ 엄마가 아빠 또 때린다~~~"
둘째 (다다다 뛰어와서 쓱 한번 보고는 익숙하다는 듯 눈치껏 피해 준다.)"응! 나 부르지 말고. 둘이서 놀아."
민수 "으악!!! 아야 아야 아야~~~"
주희 "아직 안 깨물었거든?"
첫째 "엄마 아빠 뭐 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둘째 "둘이 재미있게 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