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바다 별
"바다 별"이 새로 쓰여 "엄마 없는 밤"이 되었습니다.
바다별은 지우려다 그냥 둡니다. 좀 더 다듬어진 글을 보고 싶으시면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북] 엄마 없는 밤 (brunch.co.kr)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자전적인 에세이 이기도 합니다. 처음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힘들고 아파서 소설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네요. 소설의 형태를 빌어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갔을 뿐 실화이고 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명과 인물의 이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은주네 배는 수협에서 대출받아 새로 산지 오래되지 않은 배였다. 되팔자니 대출받은 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을 것 같아 순자는 서울 공릉동에서 용달을 하고 있던 다섯째 남동생 불렀다. 집과 배를 줄 테니 고이도에서 일을 하고 순자가 나가서 살 수 있도록 돈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순자의 엄마 원희와 남동생은 고이도에서 살면서 뱃일을 했고 순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천으로 나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분식집을 시작했다. 분식집에 방은 장사할 때 쓰는 두 평의 작을 방 하나가 전부였고 바로 옆 주인집 집안에 작은 방을 하나를 더 얻어 은경과 은주를 쓰게 했다. 작은 방 두 개로 아이넷과 지내기는 힘들 것 같아 5학년이었던 은진이는 고이도에서 졸업을 시키고 데려오려고 원희에게 맡겨두고 막내 민철이만 데리고 나왔다. 은경과 은주는 이미 육지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니 분식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은진이는 고이도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대천으로 나왔다. 순자는 혼자서 분식집을 하느라 고되고 바쁘게 지내면서 은진이를 돌보지 못했고 엄마와 떨어져 일 년을 고이도에 있다가 나온 은진이는 예전같이 짜지도 않았고 순자와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았다. 혼자 고이도에 남았던 은진이는 마음에 상처가 깊었고 누구와도 잘 소통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 있었다. 순자는 은진이를 그렇게 떨어 뜨려 놓은 것이 너무도 미안했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몇 년 동안 분식집으로 돈을 모아 복어와 아구를 요리하는 식당을 크게 열었다. 역시 집은 없었고 주방 안쪽의 가계 뒷방에 살림을 풀고 모두 한방에서 지냈다. 식당을 크게 열고나니 일은 너무 많았고 홀을 보는 사람 한 명을 두고 장사를 했지만 매일 고단함에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고등학생인 둘째 은주가 대학에 가겠다고 자꾸 고집을 부렸지만 대학에 보낼 형편이 아니었다. 은주는 미대에 갈 테니 미술학원을 보내 달라고 순자를 매일 졸랐고, 형편이 좋지 않아 학원비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데도 미술학원 원장이 학원비를 깎아 줬다며 사정을 했다. 그렇게 순자의 반대에도 은주는 기어코 미술학원을 다녔고 가려던 대학에 합격했으니 어쩔 수 없이 보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은주는 장학금을 받아 수업료를 면제받았고 생각보다 학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 학교에 다녔다. 은주가 대학에 갔으니 은진이와 민철이도 대학에 가겠다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다. 셋의 대학을 졸업시키기 위해 또 죽어라고 일을 했다.
어느 날 밤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나왔다가 순자는 전화기를 붙들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는 어지러웠고 눈앞은 빙빙 돌았다. 고개를 들어 올릴 수가 없어 가만히 누워 은진이를 불렀고 은진이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선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순자는 일주일 뒤에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돌볼 사이도 없이 일을 하면서 순자는 사구체신염 신증후군이라는 병을 얻었다.
신장세포가 다 죽어 신장이 제역활을 하지 못하는 병이었고 온갖 합병증이 따라왔다. 순자는 식당을 접고 치료를 해야 했다. 은경이와 은주는 결혼은 했고 은진이는 직장을 다녔다. 민철이는 졸업을 하고 군대에 갔다.
"이제 누덜 앞길은 누덜이 찾어서 가라. 엄마는 이제 재혼혀서 편허게 살란다."
순자는 같이 살겠다는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재력도 좋고 순자에게 잘해주는 듯했지만 성깔이 보통이 아니었다. 민철이가 잠시 왔다가 남자의 일을 도와줄 때 민철이를 쥐 잡듯이 잡아 스트레스로 장이 꼬여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 순자는 그 집을 나와 버렸다.
몇 년 쉬는 동안 건강이 많이 좋아진 순자는 대천에서 젓갈과 반찬을 파는 가게로 시작해서 지금의 생선가게까지 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