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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Mar 01. 2017

경제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리처드 탈러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메인 사진은 원문 버전의 제목과 저자 아저씨)


책의 두께를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찍어봤다. 부록을 제외하고 무려 568페이지의 책이다. 게다가 하드케이스. 주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나에겐 들고 다니기 아주 버거웠던 책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들고 다니며 읽은 이유는 최근 독서모임을 시작했기 때문. 독서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1. 평소의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을 읽을 수 있다, 2. 읽고 난 후 이야기들을 나누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아닐까. 독서라는 행위 자체도 나의 관점을 넓혀주지만 독서모임은 그 효용을 더더욱 배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이 딱 그러했는데 나의 평소 독서습관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제목과 분야의 책이었고, 읽고나서 몰랐던 분야에 대한 관심 + 잠시 사그라들었던 마케팅에 대한 고민들이 새록새록 생겨났다.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이다.

기존의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시킨 분야로 순수 경제학이 이론적 모형을 위주로 발달했다면 행동경제학은 여기에 사람의 심리에 대한 고찰을 통해 경제학이 좀 더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작동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저자는 베스트 셀러인 <넛지>를 쓴 리처드 탈러. (하지만 난 <넛지>도 읽지 않았다.)  독후감과는 별개로 이 책을 아주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선 책에서 이 저자의 쓸데없는 수다만 줄여도 책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고, 사례와 서술이 아주 매끄럽게 정리되어있지는 않은 느낌이다. 다만 모든 내용에 하나하나 해당되는 논문을 부록으로 싣고있다는 점과 해당 연구를 수행했던 모든 학자들의 이름을 책에 언급한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 자체를 공부하고자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서적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는 독서모임에서 썼던 독후감이다. 기존에 블로그에 썼던 책 리뷰와는 다르게 책을 읽고 난 '생각'들을 위주로 정리했다.




경제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유독 경제 이슈와 관련되어서는 '거시적인 경제상황'이 실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대선· 총선 등을 돌아봤을 때, 어떠한 정책이나 의견도 '그래도 우리 경제가 우선 살아야지'라는 말 앞에선 철없는 소리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면서,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 불과 몇년 전이다. 거시적인 경제와 실제 내 삶의 질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모두가 알게됐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서 저자가 말하는 행동경제학 역시도 (위의 이야기보단 훨씬 미시적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경제학이 다양한 경제 상황을 보다 유용하게 예측하기 위해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내세웠으나, 학문의 발달이 고도화될수록 실제 인간과는 멀어져버린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경제학의 예측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돼버렸다. 가치함수 vs 베버 페흐너 법칙(심리학에서의 최소식별차이), 취득효용 vs 거래효용, 시점 간 선택 vs 생애주기 가설, 일물일가의 법칙 vs 그에 위배하는 현상들 (팜-쓰리콤 주식 사례), 코즈 정리 vs 소유효과+불공정한 제안을 거절하는 인간의 속성 등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서 가정하는 이콘과 실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차이를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논문을 토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경제학이 실제 우리 삶과 가까워지려면, 인간을 탐구하는 심리학의 분야와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행동경제학의 핵심이며, 기존 경제학 모형을 이콘이 아닌 실제 인간을 중심으로 수정해온 행동경제학의 성과를 하나하나 제시하여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많은 사례들이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똑똑한 주인'에 대한 내용이다. 아무리 경제학에 능통한 사람이라도 그 조직에서 직급이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합리적인 방안이 있더라도 그것을 선택했을 경우 떠안을 책임때문에 위험 부담이 없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조직이 진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직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격려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책임을 덜어줄 것임을 (해고 가능성을 낮춰줄 것임을) 강조하는 '똑똑한 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실제 회사생활을 하면서 책임이 지워질까 두려워 합리적 선택보단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현상들을 봐왔기에 많은 공감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행동경제학적 관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합리성을 전제로하는 경제학도 우리의 삶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고, 경제학의 합리성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넛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인도 출신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의 업적은 '인간개발지수'를 만든 것이었다. 그는 빈곤을 무언가가 부족한 상태가 아닌,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보았다. '세상'은 부유한데 아직도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경제의 발전을 위해선 거시적 경제 상황만을 보여주는 GDP가 아닌 실제 인간의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수가 필요하다고하여 교육수준, 평균수명 등을 반영한 인간개발지수를 만들었고, 현재 UN 등에서 이 지수가 사용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사람을 중심으로 한 학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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