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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May 28. 2017

소비자의 습관으로 자리잡다

니르 이얄, 라이언 후버 <훅>

여러 각도에서 보고, 여러 층위로 잘라보고


혼자 읽을 때가 아닌 여럿이 읽을 때 가장 좋은 점이자, 여럿이 읽는 가장 주된 이유다. 이번 책은 독서모임에서 읽고 토론한 책 <훅(Hooked)> 이다. 부제는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로 최근 IT 기업 서비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 의 성공 요인을 훅 모델(습관 형성 모델)로 설명한다.



훅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내/외부 계기를 만들어 행동을 유발하고, 소비자의 행동에 따른 가변적인 보상을 줌으로써 행동을 넘어 투자의 단계로 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시킴으로써 서비스를 소비자의 습관 속에 자리잡게 만드는 것이 성공 전략이란 것이다. 저자는 각 과정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실험 결과들을 섞어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쉽게 읽히고 수긍할만한 지점이 많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훅 모델 그 자체보단, 훅 모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서술이다. 대다수의 마케팅 책에서는 이런 전략이 있으니, 이걸 사용하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라고만 말하지, 그 전략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훅 모델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중독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까지 제시한다. 그도 그럴것이, 훅 모델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건드리고(내부 계기), 게임적인 디자인 요소를 통해 그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도록 만드는(가변적 보상) 것으로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에' 그 서비스에 서서히 중독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도때도 없이 인스타 피드를 새로고침 하고, 핀터레스트 피드를 무한정 아래로 계속 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책에서는 그 가이드라인으로 조종 매트릭스라는 것을 제시하고, 독서 모임 발제문에 참고 자료로 제시된  TED 영상 은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IT 서비스 기업의 성공 전략이라는 단편적 주제가 아닌, 그 전략을 이리 저리 뜯어보고 성공적인 것이 다 좋은 전략인지, 아니라면 성공적이면서도 좋은 전략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이번 책, 나아가 이번 독서모임 토론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 모임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시각과 층위로 토론이 이뤄지기 보단 전략을 위주로 논의되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아마도 새롭게 시작한 모임의 사람들이 주로 테크, 마케팅 분야 사람들이다보니 이야기가 그 안에서만 맴돈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와 TED TALK 의 스피커 역시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그 분야에 일하는 사람일수록 '성공하기 위한' 방향이 아닌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래서 마케팅적 관점 외에 다양한 관점으로 내가 만드는 서비스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소비자로서는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를 좀 더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할 거고 말이다. 아래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쓴 리뷰다.




나이키의 경쟁사는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다. 마케팅 관련 글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사례다. 과거의 마케팅은 시장점유율(Market Share) 관점이기에 나이키의 경쟁사는 동종 카테고리의 아디다스였다. 그러나 이제 동종 카테고리 간의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실제 삶에서 그 상품이 얼마나 소비되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른바 라이프 셰어(Life Share), 일상 점유율이다. 책 <훅>은 이런 관점에서 상품의 성공 전략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내/외부계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잡을 것, 그것이 TV를 보던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던 시간에 닌텐도로 게임을 하는 현재 시대의 마케팅 전략이란 것이다.


시장의 변화에 맞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조업 → 서비스업 → 첨단기술 산업으로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도,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도 변화했다. 다만 시장은 변하지만 시장의 논리는 변하지 않는다.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것. 그리고 수익 논리에 따른 각 산업의 부작용은 다른 양상을 띤다. 제조업에서는 적은 원료비를 투입해 비싸게 파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값싼 원료, 화학제품 등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됐다. 서비스업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비용이므로 적은 임금으로 많은 업무량을 주는 것이 부작용이다. 첨단 기술 산업에서는? 아마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행위 중독’일 것이다. 소비자들의 시간을 최대한 상품에 묶어놓아야 하다보니, 더욱 자극적인 요소를 이용해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와 인터넷 서비스(게임, 인스타그램 뭐든 간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담배는 소비자에게 주는 해로움이 절대적으로 큰 반면 인터넷은 중립적이며 소비자의 소비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로움의 종류 역시 다른데, 담배는 신체적 유해함이고 인터넷은 정신적 유해함이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유해한 상품에 대해서는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반면, 정신적 유해함에 대해선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이나 화장품 등은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곤 하지만, 정신적으로 유해한 제품에 대해선 소비자 선택의 문제이며, 소비자의 멘탈이 약해서라는 식이다.


나는 이 ‘정신적인 유해함’에 좀 더 주목해보고 싶었다.


책에서도 언급됐지만 행위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로 ‘외로움’이다. 기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지만 동시에 소외시킨다. 대화의 단절과 현실 vs 가상세계와의 괴리감 등으로 인해 이러한 외로움은 더욱 가속화된다. 또한 책에서 우울증과 인터넷 중독의 상관관계에 대해 서술했듯이 현실에서 괴로움이 클수록 이것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높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빠름을 요구하는 분위기, 저녁이 없는 삶이 맞물려 행위 중독 역시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해롭지만 값싼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것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소비자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그래서 이러한 논의가 새롭기도, 또 반갑기도 했다. 시장의 논리가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 소비자의 논리는 더욱 좋은 품질의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담배에 경고 사진을 넣는 것조차 몇 년의 시간이 걸릴 만큼 시장의 논리는 힘이 세지만, 소비자의 논리도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제조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나쁜 물질을 넣는 상품을 고발했고, 서비스업에서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을 상대로 싸워왔다. 이러한 노력은 때론 공정무역 커피나 화해(화장품 분석 서비스 앱), 먹거리X파일과 같은 TV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이 낳은 폐해는 논외로 한다.) 등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상품 혹은 마케팅으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TED 영상에서 제시한 좋은 디자인이나 책에서 제시한 조종 매트릭스 역시 인터넷 상품의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내는 접근법이다.


여러 아티클 중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배너 광고를 한번이라도 더 클릭하게 할까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소비자의 라이프 셰어를 얻고 싶다면, 더 좋은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 그것이 진정한 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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