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ce a week Jul 29. 2017

반(半)노마드 삶을 생각해본다

제이슨 프리드 <리모트, 사무실 따윈 필요없어>

위의 사진은 올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제주,



이 책은 원격 근무 예찬론자의 원격근무 찬송가다. 자신이 원격근무를 선호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이 책은 추천하고싶지 않다. 책이란 설령 나의 생각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나의 생각과 같을 때에도 그 생각에 대해 깊이를 줄 수 있어야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깨달음도 깊이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격근무를 예찬하는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의 톤이 불편했고 독서모임 책이 아니었으면 안읽었을 책이다.... 그래서 아래의 독후감도 정말 쓰기 싫은 걸 억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었다. 


독서모임에 가는 날에도 갈까, 말까를 계속 망설이며 갔는데 의외로 책은 쓰레기였지만, 모임에서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 날 독서모임에 초대된 소준의 대표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소준의 대표는 스타트업 CEO로 제주도에 거주하며 원격근무로 사업을 진행하는 분이었다. 원격근무 자체를 위한 스타트업을 만들었다기 보단 일, 여가, 가족, 개인, 자유, 자발성 등 다양한 가치들에 대한 명확한 자신의 기준을 바탕으로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원격근무를 채택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책에도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되고 있지만 책의 어조가 '너네 이렇게 좋은 거 진짜 안할래?' 라면 소준의 대표의 어조는 '난 이러저러해서 이런게 좋은 것 같은데 넌 어때?'라고 묻는 듯한 어조여서 더욱 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원격근무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것을 수정, 개선해나가는 많은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있어 굉장히 와닿았다. 모두가 떨어진 곳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기술적으로는 어떤 툴을 사용하고, 내부 규칙은 어떤 방식으로 정하고, 구성원 각각에게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시행착오와, 또한 소준의 대표는 CEO로서 구성원들의 물리적(일을하는 시간, 일을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어려운 점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운 점 등), 정신적(떨어져서 일해야하는 외로움, 협력심)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돕고 해결해나가고 있는지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업무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 사람은 참 사람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구나-가 느껴져서 멋있었는데, 나아가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목적에 대해 말할 땐 사업을 통해서 구성원은 무언가를 배우고, 사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싶다건강한 마인드가 정말, 너무, 멋졌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야근까지 하더라도 동기부여를 팍팍 받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그런 길을 걷다가 박봉과 엄청난 업무강도에 지쳐 결국 초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숱한 사례를 보았을 때, 이런 건강한 마인드와 업무 방식이 함께하는 이 회사라면 그 초심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하여 더더욱이 기대가 되었다! 오랜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을 만나 기뻤던 날 :) 


아래는 이 책을 처음 읽고나서 쓰기 싫어 억지로 썼던 리뷰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소준의 대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이 책의 리뷰도 올려본다.




취준생 시절 두 개의 스터디 그룹을 동시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하나는 오프라인, 다른 하나는 온라인 스터디였다. 오프라인 스터디는 다 같이 모여 각자 한 주 동안 자기가 맡은 신문사의 주요 기사를 정리한 것을 공유하고, 주제 하나를 정해서 글을 쓰고 첨삭을 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 스터디는 같은 커리큘럼을 온라인이라는 공간으로만 옮긴 것이었는데, 각자 기사를 정해진 날짜까지 업로드하고, 글도 각자 써서 업로드 한 후,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방식이었다.


오프라인 스터디는 약 1년동안 지속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차례대로 취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반면 온라인 스터디는 처음부터 업로드가 늦는 사람, 대충 하는 사람, 하나마나 한 피드백만 주는 사람 등등이 나타나면서, 이 사람 탈퇴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구했다가, 또 탈퇴시키고 구했다가를 반복하다가 흐지부지되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스터디와 돈을 받고 하는 일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리모트>에서 말하는 원격 근무가 정말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이뤄진다고 상상해보니, 저 온라인 스터디가 생각나면서 고구마 백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부터 올라온게 사실이었다.


<리모트>에서 말하는 원격 근무의 생산성 향상과 개인의 자율성 증대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말한대로 시간이 지나 좀 더 적응해보면, 그 답답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책 그 자체로서 논의를 진전시키기 보단 같은 주장을 다른 표현방식으로만 변주해 늘어놓고 있다보니, 실질적으로 원격근무라는 게 와닿지가 않았고, 그러다보니 책을 읽고 나서도 '노마드'라는 삶과 그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원격근무'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할만한 부분들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았다. 나는 왜 이 노마드라는 주제의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노마드같은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으로 되돌아가고 나서야,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에 충실하길 원하는 내 욕구와 그 욕구를 위한 수단으로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으로 출근하지 않는 방식의 일이 필요하겠다는, 아주 처음의 그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자리를 찾는게 (특히나 문과생인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고, 지금의 수입(대단하지는 않지만)을 보장할 수도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고구마 백개 먹은 답답함도 분명 현실일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이 모임에 들어왔던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노마드의 삶을 꿈꾸나, 들어보고 싶어서 말이다.


모임의 절반을 지나며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현실적인 한계도 고려해봤을 때, 나에겐 반(半) 노마드 삶이 적정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사회도 이런 유연함이 필요할 것이다. 유목민이냐, 정착민이냐 혹은 원격근무냐, 출퇴근 근무냐 같은 이분법적인 구도가 아니라 유목도 하고 정착도 가능한 삶, 원격으로도 하고 출퇴근도 하는 근무제도. 이러한 다양한 방식을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말이다. 기술이 발전해 이젠 어디에서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과 '저녁이 있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그 다음으로 가보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계속 반복해서 주문처럼 외우는 원격근무 예찬을 한번 믿어보고, 그냥 일단 도입해보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일단 도입해보면 시행착오를 통해 거기에 맞는 사내 규칙이 생기고, 또 개인은 거기에 맞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격 일부분 근무를 통해 획득한 자유를 가지고 반(半)노마드의 삶도 살 수 있을테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