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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Aug 29. 2017

2017년 상반기 독서모임을 마치며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마지막 독서모임날 :-)


마지막 독서모임 날은 각자 자신이 읽은 책 중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책을 골라 서로 선물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독후감 대신 앞으로의 인생 계획서 비스무리한 질문에 대한 글을 썼다. 책은 '17년 상반기 책 리뷰 목록을 보고 임경선의 <태도를 관하여>를 골랐고, 인생 계획서에도 그 책에서 받았던 영향들이 묻어난 글을 쓰게됐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생각들이 많이 정리됐고, 정말 이 글처럼 좀 더 단단한 내가 되었으면, 더 나아가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나눠 꼽고, 여행을 떠나는 것. 내가 꿈꾸는 5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렸을 때 그린 그림이다. 한 TED 영상에서 사람은 자신의 꿈을 직접 손으로 그려서 시각화했을 때 그 꿈을 이룰 확률이 크다면서 소개했던 방법이었다. 그 그림을 그린 것이 올해 초였다. 노마드라는 주제의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올해 나의 가장 큰 화두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 순간의 행복에 충실할 것,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발견할 것, 과 같은 것들이었다. 어떤 원대한 포부나 거창한 꿈 보단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행복 말이다.  


나는 무언가를 읽는 것, 듣는 것, 쓰는 것을 좋아한다. 구체적으로는 아침에 일어나 좋아하는 노래를 스피커로 듣는 것,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 가끔 주말에 집 앞 카페에서 읽은 책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 등이 있다. 내가 무리하지 않고도 꾸준하게 해왔던 것들이기도 하다. 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들이니까. 가끔씩은 회사 일이나 인간관계에 지쳐 다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도, 이내 마음이 진정되면 읽고, 듣고, 쓰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으로 들어왔다. 평범하지만 편안한 것들이다. 삶에 이런 순간들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앞이 캄캄하기도 하다. 삶은 순간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이렇게 순간만 보내도 되는걸까 싶어서 말이다. 지금 당장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래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건지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두렵기도했다. 가끔은 너무 주관이 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유로워진 마음은 대다수의 일들에 ‘그럴 수도 있지-’란 마음가짐을 주었다. 덕분에 좀 더 의연해지긴 했지만, 때론 고민하기 싫고 상처받기 싫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 넘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매사를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겨버리다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들 한다. 나 역시 자유로움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먼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는 게 먼저였으면 좋겠다. 순간이 모여 삶을 이루는 것이라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어디로 나아가는지' 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이다. 방향없이 순간만으로 이뤄진 삶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그 방향은 나의 행복에서 출발해 타인의 행복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나 혼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으므로, 내 주위의 가족, 친구들이 불행하다면 나 역시 행복할 수 없으므로. 내 주위의 아픈 사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 소수라고 소외를 당하는 사람, 나아가 그렇게 만드는 문제들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고 덮어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나 스스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를 나아지게 하는 것들을 찾아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아주 작게는 흘러가버리는 시간들(특히 스마트폰 멍하게 보는 것)을 좀 더 의미있게 채워나갈 것, 삶에서 깨닫는 작은 순간들을 기록해서 마음으로 새길 것, 일에서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조직에 속한 직장인일지라도 최대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개선해볼 것, 특히 현재 속해있는 팀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공부해볼 것(통계학 공부하기..!), 평소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잠시 끊었던(?) 신문을 다시 읽으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나갈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갖는 것, 등이 있다. 

이런 고민과 작은 실천들이 순간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을 위한 충실한 순간들이 모여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좋은 빵을 적절한 노동대가를 받으며 만들기 위해 시골행을 택한 이야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었던 첫 모임, 노마드로 살면서 사회 이슈에 대한 다큐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천예지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두 번째 모임,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스타트업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리모트 워크 업무 방식을 채택한 소준의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세 번째 모임까지. 자유로운 삶의 방식 속에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찡-하게 다가왔던 것처럼, 나 역시도 내 삶 안에서 계속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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