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권의 이야기들
2017년 상반기 완독한 책은 총 13권이다. 한 달에 두권 정도씩 읽었다. 책 분야는 평소 나의 독서습관보다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아무래도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평소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을 읽게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읽었던 책들 중에 브런치에 글로 남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짧게나마 상반기 책들을 정리해본다! 순서는 좋았던 책들부터. 사진은 그냥 중간중간 랜덤.
1. 아내가 결혼했다
아직 안읽어봤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소설로서도 재미있게 숙숙-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다. 특히 '다자연애' 즉 1:1 의 배타적 관계가 아닌, 그렇다고 몰래 양다리를 걸치는 것도 아닌, 서로가 인정하는 형태의 여러명 간의 연애라는 소재를 다루는데,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읽을수록 생각과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다. 다자연애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의 한계와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의 지평을 확- 넓혀주었던 책이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17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8122.html
관련된 추천 웹툰 :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30312
2. 다시 책은 도끼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책. 사실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비슷한 책 취향을 가진 사람도 만나기 어려울 뿐더러, 영화처럼 일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좀 더 개인적인(?) 매체라서인지 말하면 살짝 오글거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책은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개인의 경험과 생각으로 여과하여 굉장히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책 리뷰를 쓰면서, 혼자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했었다. 이 책은 마치 박웅현CD의 개인적인 책 리뷰 블로그를 보는 느낌도 들고, 옆에서 난 이 책을 읽고 이랬는데, 너도 한번 읽어봐~ 하며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반면 <책은 도끼다>를 읽고 이 책을 읽은 친구는 전 책과 너무 비슷해서 별로라고 하기도 했다. (난 이 책만 봤다!) 아래는 서론에서 공감되었던 부분.
3.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작가는 트위터의 짧은 글로 먼저 접했다가, 책으로는 이 책을 처음 읽게 됐다. 약간의 까끌까끌함이 느껴져서 좋았던 책이다. 두루뭉술하게 아프니까 청춘이고 열심히하면 될꺼야~같이 무작정 위로를 주지도 않고, 네가 뭔데 무슨상관이야 난 나대로 살꺼야! 라며 극단적 개인주의(혹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경계 어디쯤)의 책도 아니었다. 개인을 존중하되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견해를 강요하기 보단 나는 이런 점에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어때? 라고 묻는 듯한 태도가 좋았던 책. 특히 책 뒷부분의 정신과 의사와의 대담 부분은 거의 한장 넘어 한장 접을만큼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 어른 둘과 함께 대화해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
책 리뷰와 좋았던 구절들 : https://brunch.co.kr/@onceaweek/24
4. 데미안
사실 이 책을 읽은 건 방탄소년단 때문이었다. K-POP 리뷰로 방탄소년단을 해보고 싶다! 란 생각이 들고 나서, <피 땀 눈물> 앨범 및 노래의 컨셉이 소설<데미안>에서 따왔다는 걸 듣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읽으려고 사둔 건 수년전이고... 이 책을 읽지도 않고 난 숱한 입사용 자소서에 이 책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였다..흐) 결국 방탄소년단 리뷰 프로젝트는 실패하였지만 이 책은 오래토록 남았다. 청소년 필독서라는 이 책은 서른을 맞이한 나에게도 아주 유의미했다. 스물아홉 마지막 - 서른 초반 사이에 여러가지의 일들이 펑펑 터지면서 상처받기도 하고 또 그걸 하나하나 수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면서 스스로 뭔가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 책이 딱 그 즈음에 읽었던 책이라 많은 것들이 마음에 남았다. 삶에서 어느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에 있을 때 읽으면 좋을 책.
5. 훅
마케팅 툴을 알려주는 정보제공형 책보단, 좋은 마케팅에 대한 가치판단을 돕는 인사이트형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마케팅 툴로서는 사실 너무 대표적인 사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만 있다보니 활용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 훅 마케팅 툴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부분이 이 책을 의미있고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리뷰를 썼으므로... 아래의 글로 대신한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25
6. 효율적 이타주의자
이 책은 5번과는 반대로 소재도 재미있고 책의 앞부분도 흥미진진한데, 책으로 쓰면서 오히려 지지부진해지고 책 뒤로 갈수록 어...너무 가는군 싶은 책이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 때문에 처음의 흥미를 팍 식어버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던지는 메시지나 개념들이 새롭고 신선해서 읽어봄직하다만... 굳이 꼭 읽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 책은 아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에 대해 간략히 요약한 피키캐스트만 읽어도 충분하긴 할 것 같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21
피키캐스트 글 : https://www.pikicast.com/#!/menu=landing&content_id=391922&fr=&t=QHubkcL&m=lk&v=sh&cid=1dxK&c=ws
7. 우리읍내
책보단 책을 읽고나서 글을 쓰면서 더 느낀 것이 많았던 책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26
8.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제목의 아마도 베스트 셀러였을 책. 처음엔 자본론에 대해서 깊게 파는 책인줄 알고 읽기 꺼려했는데, 읽다보니 시골빵집 그중에서도 빵 만드는 이야기에 대해 주로 쓴 책이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와 가장 인상깊은 건 자본론도, 시골빵집도 아닌 저자 부부의 이야기이다. 매력적인 저자와 가치관이 맞는 아내와의 알콩달콩 빵집 꾸려나가는 이야기. 중간에 빵집과 저자 가족의 사진들도 쭉- 나오는데 본격 염장질......너무 부럽다.
9. 아몬드
소재는 참신하되 내용은 뻔하지만 이야기는 재미있는 책.
10. 미움받을 용기 2
1편보다 못하지만 여전히 인사이트는 있다. 1편이 좀 더 원론적인 이야기라면 이 책은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원론적인 것들이 많은 책.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마치 독자가 직접 카운슬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청년이 1편보다 더 불만+불신쟁이가 되어있어서...... 읽으면서 책 내용 몰입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그냥 줄글로 되어있으면 더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책의 내용만큼 형식 역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요건 나중에 <미움받을 용기1>과 함께 리뷰 추가할 예정!.. 아마도?
11.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행동경제학 분야의 책으로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않았을 법한 책이다.... 읽고나서도 역시 이런 류의 책은 읽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독서모임에서의 토론이 너무 알차서 책이 원래 가진 가치보다는 훨씬 의미있게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독서모임 끝나고 바로 알라딘에 팔았다지...
책 및 독서모임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15
12. 나쁜 페미니스트
서론이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다. 자신은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저자의 고백. 페미니스트이지만 여성을 상품화하는 팝 음악을 즐겨듣는 것도 사실이고, 때로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 반하는 행동이나 말을 하기도 한다는 고백.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이 비판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그런 완전함에 대한 추구 때문에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심해지고 거기에 오해가 생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서 자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것. 특히나 페미니즘/페미니스트에 대한 날선 시선이 많은 한국사회에 살고있기에 이 서론은 꼭꼭 새겨두고싶을 만큼 좋았다. 그치만 뒤에 내용들은 미국에 살고있는 흑인 여성이 겪은 에세이다보니 몰입이 전혀되지 않는 사례들로 구성되어있어서...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서론만 남은 책.
13. 소년이 그랬다
꼴랭이로 남겨뒀지만 아주 별로인 책이라거나 한 것은 아니고... 굳이 이 책을 읽건 안읽건 나에게 영향이 하나도 없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책이었는데 큰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논의가 청소년에서 인간 본연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됐다면 좀 더 흥미로웠을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도 아쉽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나게될까. 부지런히 읽고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