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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e a week Mar 08. 2018

다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윤홍균 <자존감 수업>

타인의 삶과의 비교가 너무나도 쉽게 이뤄지는 세상이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움츠러든 자존감에 대해 고민을 안고 사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있는 시련의 시간일텐데 멀쩡히 지내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나만 취업에 실패하는 것 같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나만 보잘 것 없는 일을 하는 것 같고, 나만 꿈과는 점점 멀리, 아니 꿈 조차도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랑을 듬뿍 받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 같고, 나의 연애만, 나의 인간관계만 어려운 것 같다. 


2017 마지막으로 <자존감수업>을, 2018 처음으로 <5년만에 신혼여행>을 읽었었다. 


책 <자존감 수업>은 그런 일상적인 고민에 대해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그것은 비단 '나'에게만 있는 고민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고민이라고 공감해주며,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해주고, 나아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도 제시한다.


사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다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전문가의 정제된 언어로 접하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를 인식하고, 같은 이야기라도 새롭게 들린다. 사실 자기계발st의 책은 좋아하지 않아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책이 너무 좋았다. 내가 때때로 느끼는 힘든 감정들이 왜 생기는 것인지 '인식'만 제대로 해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각 챕터 마지막마다 작은 실천 방법들을 알려주는데 굳이 그걸 행동에 옮기지 않아도 (물론 옮기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좀 오글거려서 시도는 안되더라..!)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난 라면을 먹고 당장 기분이 좋아지고싶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부분이었다. 내 블로그에는 유독 사랑이나 연애와 관련된 책 리뷰가 많은데 아무래도 그것은 내가 연애를 잘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혼자서 상처를 받는지, 왜 늘 불안한 것인지, 또 어떨 때는 상대를 미워할만큼 싸우면서도 왜 헤어지지 못하는지 등등 말이다. '연인'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그만큼 그 사람과의 관계와 나의 자존감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내가 나를 인식하는 것도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애가 힘들면 다른 모든 영역이 같이 힘들어 질 때가 많다. 그만큼 건강한 연애는 중요하다. 


연애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어느샌가 관계 뿐만 아니라 내 삶 자체가 '연인'을 중심으로 돌아갈 때다. 내 삶인데 내 선택과 내 시간은 없어지고 상대의 선택과 상대에 맞춘 시간에 맞춘다. 솔로일 때는 혼자 취미생활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연애만 하면 모든 삶의 초점이 연애로 맞춰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내 삶인데도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질 때가 많았다. 


'자신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는 사랑을 지속하는데 꼭 필요한 기초 공사다. 이것이 무너지면 안정된 사랑을 이어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 앞서 '내가 나를 사랑하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을 할 때 상대와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 옷을 고르거나 미용실에 갔을 때도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에 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에 들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의 관점에서 평가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주체적이 되어야 한다.


상대를 중심으로 삶이 맞춰지다보니 헤어지는 것은 더 어렵다. 그 사람과 헤어질까봐 뭔가 관계가 삐그덕거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만남을 지속한다. 결국에 끝이 나기는 마련인데, 그 갉아먹은 시간만큼 회복하는 시간은 더더욱 뎌뎠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물론 아는 이야기이고, 책에서 다시 짚어줘서 다시 마음에 새겼지만, 아마도 이것은 또 그 상황이 되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겠다.


사랑싸움은 낯선 사람과 싸우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사랑하는 만큼 가깝고, 남들이 모르는 부분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싸우자면 상대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남길 수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사랑을 쉽게 끝내지 못한다. 가끔 듣는 사랑한다는 말이나 근거없는 느낌에 기대어 심약한 사랑을 유지한다. '이 사람 말고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야'란 생각, '이별을 감당하지 못할거야'란 생각은 전쟁 같은 사랑일지언정 완전히 끝나지 않도록 강력한 방어막을 친다. 


더불어 싸움의 방식도 중요하다. 승화와 유머가 없는 관계는 싸움의 강도를 점점 더 세게 상처는 깊게 만든다. 최근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도 '유머감각'에 대한 부분은 너무 공감되어 따로 적어두었는데 '유머'가 실제 정신분석학에서 방어기제 중 하나라는 것이 신기했다. 


서로 비난하며 싸우는 관계를 발전적 관계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부는 싸워야 잘 산다고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부부치료자들은 이에 대부분 반기를 든다. 부부 만족도는 경제적인 문제나 자녀 문제, 고부간 갈등 같은 굵직한 원인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이혼하는 부부들은 비난, 경멸, 무시 등 의사소통 방식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이혼으로 가는 대표적인 소통 방식이 비난과 반격이었다. 이건 당신 때문이야 라는 식의 비난과, 당신은 또 어떻고? 하는 식의 응수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비난은 투사일 뿐이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남 탓을 하는 행동을 말한다. 투사는 미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승화나 유머와는 달리, 문제를 일으키고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이 확장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들이었다. 먼저 '의존성은 나쁘지 않다' 라는 의견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했다. 그로 인해 관계가 망가져본적도 있고, 내가 지나치게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의존적이 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하곤 했는데, 오히려 이 책에선 의존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의존적인 성향이 있으며, 의존성 자체를 부정하지말고 세련된 의존을 하라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세련된 의존이란,

-  자기보다 강한 존재에게 의존한다. 의존의 방향이 뚜렷하다. 지식을 얻기 위해선 책에, 건강을 얻고 싶으면 의사를, 타인이 지닌 강점을 냉정하게 판단한다.
-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의존한다. 여행, 레저, 취미, 가족, 신앙 같은 것에 의존한다. 남에게 드러내도 떳떳한 정의로운 의존을 한다.
- 의존한 만큼 보답한다. (나를 먹여 살리는 고마운 분!) 그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존중하는 식으로 보답한다. 세련된 의존은 일방적인 착취가 아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어 빚을 남기지 않는다. 


힘든 순간을 떠올려보면 곁에 힘을 준 누군가가 늘 있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일 때도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일 때도 있었고, 또 잘 모르는 사람 일때도 있었다. 살아가면서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의존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단 누군가에게 필요해따라서는 기대고, 다만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련된 의존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겠다.


두번째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며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도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본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게 자연스럽고 성숙한 자세다. 남을 돕는 이유는 남을 돕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남을 돕는 즐거움을 아는 성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내면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남의 행복만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상대에게도 부담을 주고 결국은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봉사를 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봉사여야 하고, 자녀를 사랑할 때도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후회나 뒤끝이 없다. 인간이 원래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래야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고, 진심으로 타인을 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에서는 괜찮은데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기적으로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중한 가족,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 힘들어진다. 특히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싸우던 도중 "넌 너무 이기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그 말이 너무 상처가 되어서 내가 스스로 결정을 내려도 될 문제[내 회사에서의 동료관계, 친구들과의 저녁약속 등등]에서 까지도 상대에게 결정권을 넘겨버렸었다. 상대를 이-만큼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상대를 위한 배려라기 보단, 그저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끝은 뻔했다. 물론 상대가 행복한 것이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을 그냥 눈감아버려서는 안되겠다. 


마지막은 옳은 결정은 없다는 것이다.


옳은 결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했다 해도 그게 후회할 결정인지 만족할 결정인지, 결정 당시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최선의 결정이었다 해도 훗날 후회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대충 결정한 일이 엄청난 행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한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정하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지 않는다. 결정 잘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는 힘이다. 마음에 줏대가 있고 단단한 자기 기준이 있다. 




책 리뷰를 하면서 다시 읽어봐도 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막상 실천하려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또 이렇게 다시 읽고 마음에 새기는 것일테다. 책에서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을 일종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읽고 다시 나를 돌아보고 또 한번 마음을 다잡는, 마음의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과거에 집착하면 후회스럽고, 미래에 몰입하면 혼란스럽다. 과거는 되돌릴 수가 없으니 답답하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모른다. 건강한 사람의 머릿속엔 과거, 현재, 미래의 비중이 비슷하거나 현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과거나 미래 문제에 편중되어 있다. 문제 해결은 현재에 더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지나간 문제나 앞으로 닥칠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일에 집중하라는 것. 이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다. 그동안의 일정에서 벗어나 새 생활에 길들이는 작업이다. 눈앞에 글씨를 적어놓아야 한다. 지금,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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