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폭포를 지나 수락산 주봉을 다녀오며
흐린 날이었다. 청학리에서 출발해 옥류폭포를 지나고, 내원암을 거쳐 주봉까지. 요즘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터라 발이 무거웠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왜 올라가고 있는지를 잊었고, 잊을 때마다 한 발을 더 내디뎠다.
옥류폭포는 아직 얼어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폭포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 소리 없이 서 있는 얼음 위로 바람만 지나갔다. 떨어지지 못한 물이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물은 아직 물이다. 흐를 날을 기다리며 형태를 바꾼 것뿐이다. 지쳐 있을 때의 나도 그런 것일까. 멈춘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버티고 있는 것일까.
주봉에 올랐을 때 전경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도봉산도, 불암산도 가려져 있었다.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 정상. 그래도 뿌듯했다. 풍경이 아니라 도착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조차 무거운 요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 한편이 계속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축축함을 안고 산에 왔다. 정상에 선다고 우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주봉 정상비 앞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로 헐떡이는 숨에 잠시 일상의 숨을 고른다. 위로는 거창한 말에서 오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에 얼어붙은 폭포를 다시 만났다. 따스한 봄이 찾아오기 전까지 아마 폭포는 계속 차갑고 단단하게 침묵할 것이다. 흐르지 못할 때 억지로 흐르려 하지 않고, 굳어 있는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 폭포처럼,
지금의 나도 그때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