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붐은 온다

어느 후배와의 봄 이야기

by 심온 Simon

친한 후배가 기어코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십 년이 채 되지 않아 큰 일을 마쳤다.


입주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주말, 같이 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현관문을 열자 페인트 냄새가 먼저 나왔고, 넓직한 거실에는 보양재가 깔려 있었다. 아직 가구 하나 없는 집이 햇살 때문인지 실제보다 넓어 보였다. 베란다 너머로 봄이 오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그는 보름쯤 전에 첫 아이를 만났다. 출산과 내 집 마련이라는 두 개의 큰 일을 거의 동시에 해낸 셈이다. 와이프를 친정 근처 조리원으로 보낸 뒤, 집에서는 강아지 밥을 챙기고, 평일에는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시공업체를 만났다. 얼마 전 갑자기 전화가 와서 저녁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했다. 그날은 집 계약을 마친 날이었다. 큰 일을 마친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긴장이 풀렸으니 술이 생각날 만도 했다. 실로 대단했고, 자랑스러웠다.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꽤 오래되었다. 돌이켜보면 이 후배와의 기억에는 유독 봄이 많다.


어느 해 봄, 그는 거칠고 모진 가족의 파고를 피해 짐 몇 개를 들고 내가 자취하던 작은 집에 들어왔다. 두 달가량 한 지붕 아래 살았다. 좁은 부엌에서 번갈아 라면을 끓이고, 밤늦게까지 거실 바닥에 앉아 치맥을 즐겼다. 또 어느 봄에는 지금까지 살던 동네로 이사를 왔다. 한동안 서로 사는 곳이 멀어 뜸했던 사이가, 다시 동네 어귀쯤의 거리로 좁혀지자 자연스레 잦은 왕래가 돌아왔다.


그리고 올해 봄, 그는 다시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번에는 세 식구가 되어서.


새 집을 보고 돌아와서, 이제 비워야 할 그의 집에서 함께 버릴 가구들을 내다 날랐다. 이 친구가 그 집에 처음 들어갈 때 함께 날랐던 가구들을 이제 다시 꺼내 버린다. 적지 않게 힘을 쓴 탓에, 불판에 고기를 올려 소맥 한 잔으로 뒷풀이를 즐기고 헤어졌다.


다음 날, 출산 선물 겸 집들이 선물로 전기밥솥을 하나 보냈다. 이제 셋이 둘러앉아, 따뜻한 밥 잘 지어 먹길.


모든 생명이 움튼다는 봄에 이 친구만큼 딱 맞는 이도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