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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Mar 24. 2016

그 곳에 폭탄테러가 터졌다

여행했던 곳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지난 해 11월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 벨기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혹여나 사망자 수를 어떤 사건의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파리 테러만큼의 강력한 사건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파리와 브뤼셀 두 곳 모두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파리와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은 너무나도 끔찍하다는 것이지만, 이 테러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 마음의 그릇이 그렇게 넓고 크지 못해 깊은 곳으로부터 비롯된 슬픔을 느끼기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나는 터키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스탄불은 물론이고 다른 몇몇 소도시까지. 터키를 여행할 때 만났던 그리고 알게 되었던 많은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터키는 무슬림 국가이고 유럽과 아시아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념들이 서로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나라보다 사건, 사고도 많은 편이고, 여행할 당시에도 공항과 각종 공공 건물의 입구에는 검열대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런 터키는 최근 국제 뉴스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으로 종종 언급되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또 한 차례 폭탄 테러가 있었다. 몇 년전에는 반 정부 시위가 터키 전역에 있었다. 이들의 시위에는 화염병을 비롯한 꽤나 과격한 도구들이 등장하기에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터키에서 어떠한 소식이 들리면 온라인으로 즉시 안부를 묻곤 한다. 터키에만 친구들이 수십명이 있다. 사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 친구들과 나는 여행 때 한두 번 본 사이이다. 그런데 사람이 안면을 한 번 터놓은 이상, 그 사람들 사이에 큰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등돌리기엔 힘든 부분이 많다. 특히나 여행을 하는 순간에 만났던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비단 사람들 뿐만 아니다. 내가 걷던 이스티클랄 거리, 내가 갔던 스타벅스가 어느 순간 외신 뉴스에 연기가 자욱한 채 등장한다. 모퉁이를 돌면 어떤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는지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데 이제는 다소 어렵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하고 있다.



타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냉정하게 따지면 없다. 금전적 혹은 물질적으로 그 쪽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외에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공감'일 것이다. 여행을 다녀왔다면, 내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과 장소이기에, 그것만큼은 잘 할 수 있다.


공감만으로는 크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어떤 시간과 장소에 관여가 되는 부분이 많을수록 많은 감정이 소모되고 필요로 한다는 점은 세상을 살기에 다소 어렵다는 부분도 잘 안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세상과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갈수록 서로 간 단절되어가는 이 행성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아닐지.


여행은 나를 찾는 평행선 상에 있다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와는 전혀 관계 없어보이는, 혹은 없었던 그런 시공간 속에 나를 마치 인형뽑기의 집게로 집어 넣은듯, 이방인이라는 신분으로 잠시나마 그곳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기회이다.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면, 역으로 더욱 넓고 깊어지며 풍부해진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아마, 여행 스타일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건데 나는 어떤 것에 정이 쉽게 드는 스타일이라, 삼라만상이 다 내 친구같고 하다. 그래서 그것들 중 무엇 하나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타깝고 슬퍼하는데, 나만 똑바로 보고 살면 사실 그건 그렇게 문제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같이 살다보니 그냥 그런 타인의 여러 상황에 나를 던져 넣으면 그게 또 엄청난 희노애락을 선사한다.


감정이라는 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나눌 때에 더욱 짜릿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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