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취미가 맞나?
만화책을 제외하고 스스로 책을 읽은 기억은 대학교 시절 공강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명화 이야기책을 본 일이다. 공강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고 누군가 만나고 싶지도 않을 때 학교 도서관에 자주 갔었다. 읽을 만한 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미술 관련 코너에서 세계 명화에 관한 서적들을 빼서 읽었었다. 나름 디자인과를 전공하고 있던 중이었고 과목 중에 기초 디자인이라는 수업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기도 해서 관심이 이어졌던 것 같다. 현대미술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고 난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누가 봐도 멋지고 아름다운 게 좋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아름다운 명화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있으니 만화책만큼 재밌었다. 그렇게 여러 권 읽다 보니 좋아하는 시대의 화가 이름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어느 박물관에 있는지 정도의 지식이 생겼고 마늘이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에 가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 후에 졸업 후 일개미가 되었을 때부터는 책을 거의 보지 않았다. 일 년에 한두 권? 그것도 완독하지는 못했을거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후 육아서를 많이 봤고 지금이 인생 최대 책을 많이 접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 도서관을 최소 2주에 한번 방문하여 마늘이 책과 내가 볼 책을 대여해온다. 왜냐면 마늘이가 나처럼 책을 숙제가 아닌 놀이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첫 번째로 책이 언제든 읽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두 번째 부모가 책을 자주 보면 된다.라고 어디선가 봤다. 그래서 거실에 책장을 뒀고 되도록 나도 책을 자주 보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가 지금은 나에게 재미가 되어가는 중이다.
나의 읽기 픽은 그때그때 내 관심사에 따른 정보제공용 책들이다. 지금은 이사 때문에 수납 법, 미니멀 살림에 관한 책을 자주 빌리고 마늘이 입학 시즌이었을 때는 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사항 관련 책들을 빌렸다. 그리고 아이 교육, 양육법도서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빌려본다. 현재는 아몬드, 무진기행,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이 빌려져 있다.
사실 내 책 읽기는 취미생활로 보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유튜브나 네이버에서 정보를 얻을 때 나는 책에서 얻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보려 억지로 빌리고 있다. 그중에 반은 완독을 했고 반은 초반만 읽다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아 덮어버렸다. 정보제공용이어도 책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활자를 많이 읽으려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가 대견하기 때문이다. 나를 유혹하는 여러 흥밋거리들을 제치고 책을 붙잡고 있는 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스럽다. 마치 치킨에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며 이건 케이준샐러드야 하는 합리화의 느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