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아…
겨울 달리기의 최대 적은 맞바람이다. 허벅지를 꽁꽁 얼리는 추위도 아니고 미끄러운 바닥도 아니다. 달리는 나를 막아서는 맞바람은 내 숨마저 턱턱 막히게 한다. 그래도 그나마 겨울이 달릴 수 있는 날이 많다.
봄과 가을이 달리기 하기에 가장 적절한 온도겠지만 그들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그 짧은 기간을 즐기기라도 할라치면 미세먼지가 운동을 방해한다. 나는 매우 나쁨 수준부터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근데 이놈의 미세먼지는 왔다 하면 매우 나쁨 수준이다.
여름은 적당치 않다. 장점은 땀이 잘 나지 않는 나도 땀이 흐르는 것 정도? 습하고 뜨거운 날씨 때문에 아침, 낮에는 뛸 수 없고 더위를 피해 저녁에 뛰면 얼굴에 온갖 벌레가 날아든다. 날벌레의 안면 공격을 피해 나는 주로 오전 중에 달리기를 하는데 뜨거운 햇빛 때문에 선크림을 두껍게 발라야 한다. 거기다 덥기 때문에 온몸에 땀이 나고 얼굴에는 열이 오르게 되어 결국 피부가 뒤집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크림, 땀, 열의 환장의 콜라보. 그리고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려 바깥 운동은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올해 여름 두 달은 달리기를 쉬었다.
계절 중에 그나마 겨울에 많이 달릴 수 있다. 겨울 달리기의 가장 큰 장애물로 보이는 추위는 달리기를 시작하면 금방 사라진다. 귀달이 모자와 플리스, 기모 바지, 콧물 닦이용 장갑만 있으면 추위도 견딜만하다. 또 매서운 바람은 내 얼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강타해서 대체로 공기도 맑다. 내 몸을 후려치는 차가운 바람은 얼굴과 입술, 손에 보습크림을 잔뜩 발라 견뎌낸다. 비록 맞바람이 숨쉬기를 방해하지만 날벌레 공격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그리고 겨울 달리기의 낭만은 입김이다. 입김을 내뿜으며 헉헉대면서 달리면 내가 록키가 된 거 같으면서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 모두 춥다고 웅크리고 있지 말고 록키가 되어보자. 빠밤빠 훅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