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비둘기
런데이 앱을 켜고 달린 지 1년이 넘었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고 오늘은 달리는 중에 만나는 동물 친구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솔직히 난 동물을 안 좋아한다. 무섭다. 새도 싫고 고양이도 싫고 개도 싫다. 일요일에 동물농장 방송을 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푸바오의 인기가 신기하다. 밥 먹는 중에 티브이에 동물이 나오면 숟가락을 놓고 싶어 진다. 이런 나에게 러닝 중 만나는 인간 외의 생물들은 두려운 존재이다. 특히 내가 뛰는 개천 길은 산책 중인 개들이 많아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이 얼마나 발전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예전보다 반려견에 대한 정보가 많아 보호자도 나도 각자 현명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여전히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민망한 건 참지 못하는 내 괴성이다. 맞은편에 산책 중인 개가 보이면 마음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야지 나를 침착시키는데 좁은 산책길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쉽지 않고 그 개가 나를 향해 달려오거나 짖으면 괴성을 참지 못한다. 이건 재채기를 참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오히려 억지로 소리를 안 내려하면 으부악 같은 더 웃긴 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거처럼 유유히 갈 길을 가는데 이미 내 얼굴은 쪽팔림으로 붉게 물든다.
비둘기는 다 똑같이 피하고 싶은 존재겠지만 비둘기 똥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 똥이 바닥에 가득한 곳에서 고개를 올려 위를 쳐다본 적이 있는가. 거긴 비둘기 월드. 저길 지나가면 똥을 맞을 거 같은 극심한 불안함이 샘솟는다. 러닝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한 운동인 걸 다들 알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