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느끼며 달려보세요.
작년 8월까지 공방을 운영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공방을 정리하며 백수가 된 뒤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할 때면 제일 먼저 운동을 떠올리곤 했다. 일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보냈는데 그 핑계도 쓸 수가 없으니 이제 정말로 운동을 해야 했다. 테니스, 자전거, 헬스. 여러 운동을 떠올렸지만 내가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한 장비와 장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신발장에 누구나 있는 운동화와 냅다 달릴 길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다른 운동들에 비해 낮은 진입장벽으로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적당히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런데이 앱을 켜고 달렸다. 런데이의 [30분 달리기 도전]부터 시작했는데 이 수업은 8주로 이뤄진 프로그램으로 1분 달리기, 2분 걷기 인터벌로 시작하여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서 30분을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처음엔 '1분을 내가 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달렸는데 어찌어찌 뛰게 되고 그게 2분으로 늘어나고, 5분으로 늘어나고, 10분이 15분 되고 결국엔 30분을 뛰어버리게 되는 놀라운 프로그램이다. 런데이는 아주 친절하고 목소리가 좋은 남성이 내가 달리기를 하는 동안 남은 시간을 알려주거나 달리기에 필요한 정보를 준다.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힘을 주는 말을 해준다.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느끼며 달려보세요" 처음엔 낯간지러웠지만 나중에는 런총각 말대로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달리기는 장점이 많은 운동이지만 그중에 한 가지만 꼽으라면 성취감을 선택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성취감을 얼마나 자주 느낄 수 있을까. 달리기는 매번 느끼게 해 준다. 숨이 차오르고 더 이상은 못 뛰겠다 싶은데 이것만 참고 견뎌내면 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엊그제 내가 세운 7분이라는 기록은 오늘의 내가 10분으로 경신한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난 뒤 만끽하는 '오늘도 해냈다!'의 성취감. 1분으로 시작해 결국 30분을 뛰게 되는 거니 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것도 나의 다리로만 이뤄낸 결과이다. 달리기를 할수록 건강해지는 몸과 정신은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한다.
그리고 나는 올해 봄에 경주에서 열리는 벚꽃 마라톤에 참가했다. 비록 5km의 레이스였지만 나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항상 혼자 달렸던 나는 단체로 달리는 흥분감을 느끼게 해 주었고 완주하여 메달을 얻었고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여건상 달리기의 횟수가 줄었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언제든 운동화만 신고 나가면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