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방 할 때요.
어찌 됐건 내 꿈은 의상디자이너였는데 대학교 3학년 때 의류 브랜드 인턴을 해보니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내 머릿속에서 미화된 거였더라. 드라마나 만화책에서는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인턴 기간을 보내며 적지 않은 실망감을 맛보고 선배들의 취업 현실을 지켜보면서 내가 꿈속에 살았구나 깨달았다. 그럼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현실을 직시해 보자. 나는 165cm의 키에 55 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몸이 아니기에 의류 회사에는 취직할 수 없었고 노동 착취를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디자이너 브랜드로의 길은 쳐다보지 않았다. 과동기 친구들 중 전공을 살려서 취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거기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취직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내가 관심이 없었을 수도) 몇 번의 방황 끝에 나는 결국 부라더미싱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일했고 그 뒤에는 MD, 디자이너로 일하다 결혼, 임신으로 인해 그만두게 되었다. 버라이어티 하게 직업을 바꾸며 사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나는 30대 후반이 되면 공방을 차리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똑같았다. 나의 공방을 갖는 것. 구체적으로는 36~38세에 작업실 겸 공방을 차리는 것. 이건 마치 난 28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는 셋을 낳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던 것과 같이 허황된 꿈이었다. 비록 난 30살에 결혼하여 아이는 한 명만 낳았지만 공방을 갖는 꿈은 이뤄냈다. 나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고 주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용용이와 어머니 감사합니다. 공방은 3년 동안 운영했고 지금은 공방문을 닫은 지 1년 2개월이 되었다. 오픈하고 6개월 뒤 코로나 어택을 받아서 운영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행복했다. 공방을 찾아주시는 수강생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나에게 활력이 되었다. 비록 수입은 적었지만 매일 공방에 출근하는 일은 나에게 힘들지 않았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공방을 갖는 거요. 이번엔 더 잘 해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