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사는 법을 너무 일찍 배웠다

by 온다


집 안에는

늘 먼저 알아야 하는 공기들이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

슬리퍼가 바닥을 스치는 결,

숨이 아주 얕게 흔들리는 기척.


그 미세한 떨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말보다 먼저 알려주는 신호였다.


나는 그 집에서

감각을 먼저 움직이는 아이가 되었다.


누가 걸어오는지,

어떤 기운이 스며드는지,

말 한마디 없어도

몸이 먼저 알아챘다.


말보다 숨이 더 조심스러웠고

표정보다 침묵이 더 안전했다.


그러는 사이

말은 점점 짧아지고,

표정은 조금씩 접혔다.


조용해지는 일은

성격이 아니라

그 나이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작은 생존이었다.


도움을 청할 수도,

무슨 마음인지 설명할 수도 없어도

말 대신

침묵을 품었다.


어떤 날에는

그 침묵조차 버거워

혼자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벽 쪽으로 몸을 돌리고

불을 끈 채 누워 있으면

조용함이 나를 감쌌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살아남았고,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 마음을 접어 넣었다.


아무도 모르게 접힌 마음은

몸보다 늘 조금 늦게 움직였다.

몸이 먼저 반응하면

마음은 한 박자 늦게

그 뒤를 따라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조용히 산다는 건

소리를 아끼는 일이 아니라

말할 수 없던 마음들을

안쪽으로 밀어 넣는 일이었다.


서둘러 흘러가는 집 안의 공기 속에서

나는 늘 조금씩

닳아갔다.


그러나

그렇게 닳아가는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아이였던 나는

그 사실조차

말할 수 없었다.


집 안의 공기를 버티던 마음은,

밖으로 나오면

조금 늦게, 그리고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