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밖으로 달아나곤 했다.
문을 닫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어깨에 걸려 있던 무게가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밖으로 나오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장 먼저
제 모습을 되찾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집에서 멀어질수록
내 안에 잔뜩 뭉쳐 있던 것들이
조금씩 풀렸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그 바람의 온도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사소한 감각조차
집 안에서는 잘 잡히지 않던 것들이다.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을 덜 숨기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들과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도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표정을 다듬지 않아도 되는 시간.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면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그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면
꼭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음이 따라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없을까.'
몸은 늘 먼저
집을 향해 갔다.
마음은
그만큼 빨리 오지 못했다.
어떤 날은
마음이 골목 어디에
아직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바람을 쐬고,
조금만 더 쉬었다가
천천히 오고 싶은 마음처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몸이 먼저 문 앞에 닿아 있었다.
그러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스쳤다.
'마음을 데리고 들어가고 싶은데...
정말 조금만
기다려줄 수 없을까.'
몸과 마음이
다른 속도로 움직이던 날들
그리고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늘 조금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었다.
몸은 문 안으로 들어가 있었지만,
마음은 늘
몇 걸음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거리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
몸과 마음이
같은 자리에서 멈춰 서주면 좋겠다고
아주 조용히 바랐다.
그 바람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어느 날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바람을 품고 있는 동안만큼은
나는
내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