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방향

by 온다

읽지 않은 문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 주머니에서

내 하루의 무게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고,

나는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소란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그 소란 속에서도

내가 돌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늦었다.


회사 건물을 나서자

밖은 이미 어두웠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 쪽으로 걸었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은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었다.


현관문을 열면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표정을 정리하지도 않아도 되는 곳.


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조용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 속에 있다가

혼자 남는 시간.


그때가 되면

생각이

조금 느슨해졌다.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가,

신호를 기다리며

길가에 멈춰 서 있다가,

문득

예전의 내가

스쳐 지나갔다.


분노를 쏟아냈던 밤,

나에게 판결을 내리려 했던 순간,

끝까지

나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던 마음.


그 기억들은

정리된 이야기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몸이 먼저

알아보는 감각에 가까웠다.


아,

이 느낌.


그때의 나는

혼자서

짐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 대신 들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 법을

너무 일찍 배웠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가끔

그때의 내가

조용히 따라온다.


집 앞에 다다르면

나는

괜히

호흡을 한 번 고르고,

문 앞에서

잠깐 멈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불을 켜지 않아도

괜찮은

잠깐의 어둠이 있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아무 역할도 맡지 않는다.


그냥

하루를 끝낸 사람으로

서 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혼자 돌아올 수 있는

이 집이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살게 한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얼굴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공간으로


그렇게

하루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아직도

그 방을 완전히 떠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혼자 돌아올 수 있는 사람으로는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