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닫히자
집 안의 공기가
한 톤 느려졌다.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걸었다.
불은 바로 켜지 않았다.
복도에서 따라 들어온 빛이
문틈에 잠깐 머물다
사라졌다.
신발을 가지런히 두고
현관 한쪽의 디퓨저 뚜껑을 열었다.
향이
먼저
나를 반겼다.
현관 근처에 머문 향이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향이
멀리 가지 않는 게 좋았다.
집을 채우기보다
내 쪽으로만
조용히 남는 느낌.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어깨에서 등으로,
등에서 발끝으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하루가
몸에서 먼저 풀렸다.
머리를 말리고 나오자
집 안은
아까보다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부엌으로 가
물을 올렸다.
주전자가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작게 올라왔다.
좋아하는 컵을 꺼내
차를 따랐다.
김이
천천히 올라오는 동안
나는 식탁에 앉아
잠깐 기다렸다.
바로 마시지 않아도 되는 시간.
한 모금.
따뜻함이
목을 지나
가슴으로 내려왔다.
나는
오늘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순서로
밤을 펼쳤다.
현관의 향,
샤워 후의 공기,
컵의 온도.
그 세 가지로
하루는
충분히 정리됐다.
창문 밖에서는
차 소리가 얇게 지나가고,
집 안은
그 소리를 받아들이며
조용히 유지됐다.
나는
식탁에 앉은 채로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퇴근 후의 내 시간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