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
06:20.
커튼 틈으로 들어온 빛이
방 한쪽을 먼저 밝히고 있었다.
환한 아침이라기보다
아직 덜 깬 빛.
나는 잠옷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양말을 신었다.
바닥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발끝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부엌으로 가
물컵을 하나 꺼냈다.
수전 아래서 물을 받는데
수압이 낮아서
물줄기가 얇게 떨어졌다.
그 소리가
집 안을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창가로 갔다.
화분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가 매끈한 식물.
받침 접시에는
지난번 물의 흔적이
옅게 말라 있었다.
나는 컵을 기울였다.
물은 흙 위에서 잠깐 머물다가
천천히 내려갔다.
마른 흑이 물을 먹는 순간
색이 바뀌었다.
연한 갈색이
한 톤 더 짙어지는 것.
나는 그 변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분은
기다렸다는 듯
서두르지 않고 받아들였다.
나는 그 태도가 좋았다.
뭔가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살아있는 방식.
잎 하나가
아주 조금 쳐져 있었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잎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얇고,
단단하고,
차가웠다.
살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촉감을 갖고 있다.
무르지 않으면서
부러지지 않게 버티는 촉감.
나는 그 잎을 오래 잡지 않았다.
잠깐만.
식물도
나도
잡히는 걸 오래 좋아하지 않으니까.
물방울이
잎 끝에 맺혔다.
그 작은 무게가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잠깐 버티는 걸 보며
나는 이상하게
나를 떠올렸다.
나도
어떤 날들은
저렇게 버티는 방식으로
하루를 지나왔다는 걸.
식물은 말이 없어서
오히려 더 정확했다.
부족하면 처지고,
충분하면 다시 올라오고,
과하면 흙이 먼저 알려주고.
나는 그 단순함이 좋았다.
우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 있었다.
크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이고,
눈에 띄지 않게
제 자리에서 자라는 것.
나는 물을 멈추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창가의 빛이
잎 위에 얇게 걸렸다.
빛을 머금은 쪽은 맑고,
그늘진 쪽은 조금 깊었다.
그 경계를 바라보다가
나는
내 숨이 길어지는 걸 느꼈다.
화분이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같은 말을 걸었다.
너도
살아 있다.
나는 그 말이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냥
물처럼,
흙처럼,
잎처럼,
조용히 남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