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꺼내 쓰는 얼굴이 있다.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고른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을
한 걸음 떨어져
보고 있는 나도 있다.
새 직장의 첫날,
나는 두 사람으로 출근했다.
밝은 로비,
조금 차가운 공기,
반짝이는 인사말들.
"어서 오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웃었다.
크게 웃지 않았다.
목소리는
딱 가운데에서 나왔다.
친절이 되되,
나를 비우지 않게.
그 사이
어디선가 작은 말이 들렸다.
지금은 이 정도면 돼.
손을 잡는 순간
손바닥이 잠깐 뜨거워졌다가
이내 식었다.
나는 그 온도 변화를
모른 척 지나가지 않았다.
여기까지.
지금은 여기까지.
농담이 오가면
나는 웃고,
웃음이 길어지려는 순간
숨을 한 번 더 넣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한 박자를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한 박자가
나를 지키는 자리라는 걸.
커피 머신 앞에서
종이컵이 바스락거렸다.
뜨거운 온도가 손끝에 닿자
나는 잠깐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았다.
점심시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
나는 그 가운데서 섞였다.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필요한 만큼만 웃고
필요한 만큼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회에 적당히 닿았고
나는 나를 잃지 않게 잡았다.
하루가 끝날 무렵,
엘리베이터 거울에 내가 비쳤다.
같은 얼굴인데
조금 다른 얼굴.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걸었다.
현관 한쪽의 디퓨저 뚜껑을 열었다.
향이
먼저
나를 반겼다.
그 앞에서
나는 잠깐 멈췄다.
오늘 하루,
나는 나를 데려온 채
집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