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돌아가는 사이

by 온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 손이 자꾸 가방끈을 만진다.

습관처럼,

아니면 경계처럼.


문이 열리고

한 칸 올라서는 순간

공기가 바뀐다.


사람들의 체온,

젖은 패딩 냄새,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 숨.


나는

설레는 쪽으로 기울었다가

금방 다시 중심으로 돌아온다.

이 정도의 흔들림은

나쁘지 않다.




내리면

길은 늘 같은 방향으로 나를 데려간다.


골목 모서리.

가로등 아래의 어둠.

익숙한 담장.


현관 앞에 서면

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타난다.


나는 얼굴을 보는데

그녀의 눈은

내 얼굴보다 조금 아래를 본다.


"춥지 않았어?"


춥지 않았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스친다.


그녀의 말은

안부로 시작해

또 어딘가로 나를 이끈다.




집 안에는

소리가 있다.


식탁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

주방에서 물이 끓는 소리,

티비가 작게 떠드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리 사이에

그녀의 방식이 있다.


그녀는 말을 꺼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사이에

작은 평가가 한 번씩 걸린다.


너는 원래,

너는 좀,

너는 그래도.


문장 끝에 붙는 그 느낌.


나는 그녀를 본다.


그녀의 말투,

손의 움직임,

잠깐씩 새는 눈빛.


그녀는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고,

자기 방식대로 확인한다.




우리는 거리가 있다.


멀어진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거리를

인정하는 쪽에 가깝다.


가까워지면

먼저 닿는 건

모서리다.


그래서

오늘도 둥글게 돌아간다.


크게 부딪히지 않게,

번에 부서지지 않게.

서로를 끝까지 미워하지 않게.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존중이다.






돌아갈 시간이 오면

나는 먼저 알아챈다.


가방을 다시 메고

신발을 신는다.


그녀는 문 앞까지 따라온다.

따라오면서도

붙잡지는 않는다.


붙잡지 않는 게 아니라

붙잡을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그녀의 얼굴에

무언가가 잠깐 스친다.

서운함인지,

안도인지,

아니면

자기만의 납득인지.


그 장면은 고스란히 내 안쪽으로 들어온다.





버스에 오르면

창밖이 흐려지고

내 안이 선명해진다.


고향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삶으로 돌아간다.


그녀도

그녀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각자 삶이 향한 곳으로.


버스가 움직이는 동안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모든 것을 다 말하지 못해도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다.


조금 독특하게,

조금 불완전하게,

그럼에도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