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수렁에서

누구나 겪는 순간들에 대하여 #5

by 온담

눈을 떴는데, 다시 눈을 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알람은 몇 번이나 울리지만 손만 뻗어 끄고,

몸은 침대와 붙은 듯 떨어지질 않습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 빼곡한데,

책상 앞에 앉아도, 컴퓨터를 켜도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고 눈은 멍하니 허공만 바라봅니다.

휴대폰을 켜 무심코 SNS만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저물어 있기도 하지요.

밥을 챙겨 먹을 힘도 없어,

대충 과자 몇 개나 컵라면으로 때우고 맙니다.

차려 먹을 기운이 없으니

입에 넣는 건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한 최소한일 뿐이지요.

방 안 공기는 며칠째 무겁고,

씻을 기운도 없어 거울 속 모습은 점점 더 초라해집니다.

그럴 때 마음은 끝없이 자책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아가는데, 왜 나만 이럴까.”

스스로를 몰아붙일수록 무기력은 더 깊은 수렁이 되어

빠져나오기 힘든 웅덩이처럼 나를 끌어내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건,

무기력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쳐 잠시 멈추라는 신호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책하기보다, 그 시간을 숨 고르기로 받아들여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결국, 작은 것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책상 위에 쌓인 종이 몇 장을 치우는 일,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는 일,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몸을 깨우는 일.

그 한 번의 움직임이 그렇게 어려웠는데,

막상 해내고 나면 “왜 이 작은 걸 미뤘을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이어져 하나둘 일을 마치고 나면,

끝내 다 해낸 자신이 믿기지 않을 만큼 뿌듯해지지요.

무기력한 날도 괜찮습니다.

그건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지쳐 있다는 신호일뿐입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가 결국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끝내는 뿌듯함으로 내 하루를 채워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