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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 Nov 14. 2023

[외국계 신입에게 고함] 3. 일이 쏟아지네요

오랜만에 그녀를 화장실에서 만났다. 손을 씻으며 잘 지내냐고 가볍게 던진 물음에, 그녀는 요즘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한다며 짧은 시간에 나에게 우다다 쏟아 냈다. 아마도 어디선가 "엘리베이터 스피치"에 대한 코칭을 받은 모양인지,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의 요즘 근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한꺼번에 많은 일이 쏟아져 제때 잘 처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 없어했다. 신입이다 보니 선배들이 각종 자잘한 업무들을 한꺼번에 던지며 신입의 혼을 쏙 빼두었을 것이 확실했다. 대리님이 시킨 일을 하고 있는데 차장님도 일을 시키고, 그 일을 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또 일을 던져주고 가시면, 대리님이 아침에 시킨 일은 뒷전이 되고 대리님이 그 일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차장님 일 때문에, 부장님일 때문에 미루어졌다고 이야기했다가 혼나기 십상이었을 테다.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들은 어떻게 잘 처리할 수 있냐고 말이다.

난 되물었다. 그럴 때는 당신은 어떻게 하고 있냐고.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우선순위를 둔다고 했다. 

난 다시 물었다.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했어?

그냥... 제가 빨리 끝낼 수 있는 것 중심으로요.... 그녀가 말꼬리를 흐렸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전체 업무를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중요한 업무와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것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갓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혹은 인턴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우선순위는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그들이 빨리 처리한 일이 회사전체의 우선순위와 딱 맞아떨어지는 행운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새내기들에게는 그런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당장 일을 던져 준 선배에게 가서 "언제까지 혹은 몇 시까지 필요한 일"인지 물어볼 수 있는 용기는 가져볼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은 마감일자가 있고, 선배들이 기대하는 마감일을 들으면 대충 얼마나 급한 어떤 일인지 견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선배들이 요청한 마감일들이 비슷하게 겹쳐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때는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자. 

"xx가 지시한 aa라는 업무가 있습니다. 4시까지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지금까지 진행상황으로 보면, 3시까지는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 마무리하는 대로 제가 5시까지 드려도 될까요?"  물론 여기서 새내기가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은 지시받은 시간과 너무 동떨어진 시간이면 안될 테다. 최대치 출력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노력이 가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어야만 한다. 


다만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말투"이다. 

너무도 당돌하게 " 도대체 넌 언제까지 이게 필요한 거니?" 혹은 "내가 언제까지 해 주면 되는 거니?"라는 의도가 내포된 "언제까지 필요한 업무세요?"와 "이 업무의 마감일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마감일을 저에게 알려주시겠어요?"라는 의도가 있는 "언제까지 필요한 업무세요?"의 질문을 듣는 제삼자의 피드백은 명백히 갈릴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두말하지 않고 "당장!!"이라고 말할 테고, 후자의 경우라면 "지금 다른 급한 일이 있니?"라며 협조적인 태도로 변할 것이다. 


"아"다르고 "어"다르니,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싹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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