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주 여행 2/12

작년에 비해 넓어진 것, 오후의 여유로움, 감동적인 하늘의 색 변화

by ON DISPLAY

3번째 날 아침. 오전 9시부터 제공되는 조식을 먹고
오전 10시에 대구 사투리를 쓰는 스텝과 함께 나왔다.

작년 2월 조천리~평대리 코스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서우봉에서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함덕 해변을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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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까지 가는 버스에서 일부러 한 정거장 앞에 내려
올레길 19코스를 반대로 걷기 시작했다.
새삼 편하게 누워있는 댕댕이를 지나 서우봉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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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이는 서우봉 낙조 풍경.

작년에 비해 아래 유채꽃 영역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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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자세히 보니 해바라기 밭도 있었다.
선풍기만 한 큰 해바라기가 아니라
주먹보다 조금 큰 크기라 귀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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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밤에도, 멀리에서도 가까이에서도,
함덕 해변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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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가려던 모닥식탁은 문이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근처 샴쌍둥이 같은 고양이들이 나를 묘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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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아온 평대리의 뱅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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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문어로 만든 대표 메뉴 돌문어덮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17,000원.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불 맛이 나게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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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를 모두 자르는 데 한참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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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하나 두고 바로 바다가 보여서
오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점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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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곧바로 평대리를 떠나기엔 조금 아쉬워서
뱅디 옆에 있는 평대우유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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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병만큼 깔끔한 인테리어와 일본풍 소품들.
우유차가 어떤 맛이냐고 여자 사장님께 물어보니
밀크티랑 비슷한 맛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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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6,500원)으로 선택했다.
사진을 찍다가 버스를 놓쳐서 20분 동안
정류장에서 책을 읽으며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제주 버스의 배차 간격은 보통 20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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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 행원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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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찾아간 곳은 카페 수카사 Su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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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화이트와 우드를 쓰고
포인트로 터프한 콘크리트를 쓴 세련된 인테리어가
카페 주인 부부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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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음료는 마리아쥬프레르 밀크티.
가격은 7,000원.
처음 보는 마르크 폴로라는 티백과 풍부한 흰색 거품.
대만의 밀크티와는 다르게 굉장히 소프트한 맛이었다.

제주 2주 여행이 끝나면 곧 도쿄 9일 여행이 시작된다.
프랑스산 밀크티를 마시며 이번 도쿄에서는
뭘 하면 좋을지 가볍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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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리의 동네 어르신까지 센스가 장난이 아니시다.
작년 제주를 한 바퀴를 걸으며 괜찮은 마을이 많았는데
이제 행원리도 그 리스트에 추가되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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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있던 손님들이 가고 카페 안에는 나밖에 없었다.
카페 옆 창고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내게 키위를 주셨다.
밀크티랑 키위까지 모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행원리에서 월정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걷기로 했다.
곧 해가 떨어질 것 같은 늦은 오후.
강한 햇살이 강한 파도에 비쳐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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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대리보다 훨씬 큰 상권이 되어버린 월정리.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일몰이 벌써 진행 중이라 그냥 해변가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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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뱅쇼가 더 어울리는 날씨지만
이렇게 한 번 일몰을 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급하게 편의점에서 맥주 한 병을 사서 벤치에 앉았다.

아직 책 정도는 읽을 수 있는 밝기여서
읽던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꺼내
한 페이지를 읽고 하늘을 보고,
또 한 페이지를 읽고 하늘을 보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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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모양새가 완벽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구름 뒤 하늘의 조용한 색 변화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내 앞에서 셀카를 찍던 여자애가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어주기도 했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도, 색이 바뀌지도 않는 밤이 됐다.








버스에 내려 재연식당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영업시간은 저녁 8시까지지만
제주에서는 재료가 소진되면
바로 영업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서둘러 걸었다.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나.
가성비가 좋은 엄마정식(제육 + 고등어 7,000원)은
재료가 다 떨어져 버렸고 갈치정식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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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문한 갈치 정식(제육 + 갈치 13,000원).
엄마 정식에 비해 2배가량 비싸지만
제주산 갈치구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제주를 혼자 여행하다 보면
갈치 요리 가격이 너무 비싸서 혼자 먹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갈치구이에 두께가 두툼한 제육까지 먹으니
정말 포만감 가득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일식 위주로 찾았던 이번 제주 여행에서
재연 식당은 제주의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제주 2주 여행

작년 1년간 매달 일요일에 한 번씩 제주에 내려와
제주도 해변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며
<SUNDAYS>라는 연작 사진을 촬영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작업들이 아직 남아있는 채
지난 10월 말, 다시 한 번 제주를 찾았다.
이번에는 2주(실제로는 15박 16일)라는 긴 호흡으로.

다시 제주 한 바퀴를 돌며 2주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은
작년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
작년 날씨가 아쉬워서 다시 촬영하고 싶은 곳,
해안선 위주의 동선이라 갈 수 없었던 중간 산 지역,
그 사이의 식당과 카페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SUNDAYS_01_02.jpg SUNDAYS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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