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주 여행 3/12

시원한 오전의 바다 풍경, 오름과 스테이크

by ON DISPLAY

제주 여행 4번째 아침이자 11월의 첫 번째 하루.

숙소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바람벽에 흰 당나귀라는
독특한 이름만큼 겉모습도 특이한 카페.
오픈 시간인 10시에 맞춰 가니 손님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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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라떼 보다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를 더 좋아하지만,
여기서 추천하는 비엔나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가격은 5,5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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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간이 길어지니까 생기는 단점들은
'빨랫감'과 '일감'이다.
저녁에는 빨래를 해야 했고 낮에는 카페에 앉아
인물 사진 작업과 여행 글쓰기 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다행히 당나귀 카페도 바로 앞이 바다라서
앞이 막힌 서울의 방안과는 다르게
시원한 오전의 바다 풍경을 맞보며 일을 할 수 있었다.








38분 동안 버스를 타며 하루키의 소설을 계속 읽었다.
오후 1시가 다 돼서 도착한 곳은 평대리 조용한 일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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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집 마당에 비치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댕댕이와 댕댕이들.
여기는 일본 가정식 요리집 레이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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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메뉴인 톳 파스타는 고정 메뉴이고,
오늘의 파스타와 오늘의 가정식은 매일 변동된다.
따라서 이 날 고를 수 있었던 메뉴는
전복술찜을 올린 톳 파스타와 명란 크림 파스타.
그리고 적된장 목살 스테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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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된장 목살 스테이크(17,000원)를 골랐다.
샐러드, 새콤한 문어 무침, 단호박, 조개국, 보리밥에 스테이크, 디저트 멜론까지 모두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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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록색 유자 소금을 조금씩 찍어 먹는 게
구수한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 끌어내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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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었으니까 사진 한 장 더.
함께 주문한 라무네는 4,000원이다.
인기 있는 곳이다 보니 비수기인 11월 평일에도
나 말고 다른 손님이 2~3팀 더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갈 때까지 천천히 식사를 했다.
선반에 꽂힌 일본 요리 관련 책을 읽으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레이식당에서는 커피는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분께서 근처의 맛있는 카페를 추천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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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찾아간 평대리 아일랜드 조르바.

레이식당에는 댕댕이가. 조르바에는 냥이가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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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가정집 같은 카페에 들어서면
로스팅 한 맛있는 원두의 향과
아날로그 LP 음악이 후각과 청각을 자극했다.
주문한 커피는 드립 커피로 가격은 5,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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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과 어울리는 느긋한 선곡과 음악과 관련된 책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사용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책을 조금 읽었다.

카페 이름처럼 클래식한 분위기였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내가 방문한 시간대에
30~50대 여자 단체 손님들이 많아서
음악을 듣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다소 소란스러웠다.








작년 3월의 코스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성산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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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호텔에 있는 카페 도렐 dor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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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너티 클라우드(6,000원)를 주문했다.
서울(제주 사람 말로 육지)에도 이미 분점이 생겼지만
역시 제주에서 맛보는 커피 맛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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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가려다 들린 PLAYCE'S FAVORITE 숍에서
촬영 소품으로 좋을 듯한 오래된 라디오를 구입했다.








혹시 누군가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용눈이 오름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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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었다.
비자림에서 다시 제주 관광 순화 버스(노란색)을 타고
용눈이 오름 앞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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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버스 여러 대가 주차된 흙먼지 나는 주차장.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봉우리.
용눈이 오름!
제대로 찾아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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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과 언덕 위의 실루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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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오름은 올라가기 쉬운 오름에 속한다.
보통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하지만 나는 굉장히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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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자유로움은 기대 이상이었다.
산책로 사이로 말들이 꼬리를 흔들며 지나쳐갔다.
말들의 대변도 자유롭게 오름 곳곳에 널려 있었다.

천천히 오름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자연광과 필름 매체를 표방하는 여러 매거진에서
자주 봐왔던 그 풍경을 직접 보니
해외의 유명 포토 스팟을 찾았을 때만큼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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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오름의 정상은 가운데 출입이 불가능한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며 산책할 수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을 선택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바른(Right)쪽을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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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는 오름의 능선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측으로는 평지의 들판 사이를 지나가는
차의 모습이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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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날씨가 맑고 공기의 질도 좋아서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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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긴 하지만 한라산의 모습도 살짝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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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한다.
언덕을 오르는 계단 옆 풀숲에 앉아
일몰을 기다리는 아주머니 두 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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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용눈이 오름 근처의 레일바이크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난쟁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처럼 귀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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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천천히 바라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여중생들 무리가 줄지어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랬다.
이 시기는 비수기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오기 좋은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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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거리가 멀어진 바다의 지평선을 감상하다가
완만한 곡선의 산책로를 계속 걸어나갔다.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아까보다 더 감동적인 하늘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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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니까 사람들도 하나 둘 내려가는 분위기였다.

비틀스의 애비로드 앨범 재킷처럼 걷는 말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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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가도 눈을 돌릴 만큼
황홀한 노을이 그새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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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버스를 타고 밤거리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들고 가니
게하 스텝 식구들이 치맥 파티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어서 와서 같이 마시자고 해서
그렇게 자보카 게하에서의 마지막 밤도 즐겁게 보냈다.

바로 전 날 밤에는 직접 만드신 핫케이크를 먹었고,
야외 테라스에 패딩을 입고 옹기종기 앉아
바베큐와 대하구이를 소주를 함께 먹었다.

수염 기르신 멋쟁이 형님!
5일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제주 2주 여행의 1부가 끝났다.
오름과 스테이크의 기억이 남은 채로.








제주 2주 여행

작년 1년간 매달 일요일에 한 번씩 제주에 내려와
제주도 해변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며
<SUNDAYS>라는 연작 사진을 촬영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작업들이 아직 남아있는 채
지난 10월 말, 다시 한 번 제주를 찾았다.
이번에는 2주(실제로는 15박 16일)라는 긴 호흡으로.

다시 제주 한 바퀴를 돌며 2주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은
작년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
작년 날씨가 아쉬워서 다시 촬영하고 싶은 곳,
해안선 위주의 동선이라 갈 수 없었던 중간 산 지역,
그 사이의 식당과 카페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SUNDAYS_03_01.jpg SUNDAYS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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