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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DISPLAY Jul 01. 2017

알록달록 브라이튼 비치 박스

사우스 야라, 프라한 - 브라이튼 비치 박스


사우스 야라, 프라한 South Yarra, Prahran


멜버른 3일 차. 오전 내내 촬영을 하고 호텔에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했다. 이제 다시 멜버른 교외 여행.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앞에서 사우스 야라 행 트램을 탄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덩달아 속도 안 좋다. 우산이랑 소화제는 미처 준비 못했는데. 사우스 야라 역 근처에서 내리자 비도 멈추고 몸도 괜찮아졌다. 하늘은 여전히 맑다. 단지 바닥엔 물기만 남았을 뿐.





사우스 야라&프라한 지역의 중심인 채플 스트리트. 멜버른 시티만큼 사람들과 차들이 많고, 피츠로이 브런즈윅 스트리트만큼 건물들이 개성 있다. 세로로 길게 이어진 거리 양쪽을 디자이너 숍, SPA 브랜드, 편집숍 등이 가득 채운다. 멜버른 최고의 패션 거리. 미안하지만 이번 여행과는 맞지 않는 장소이다. 꽃을 들고 걷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채플 스트리트를 걷는 도중 다시 비가 내렸다.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고 있을 때 눈 앞에 프라한 마켓이 보였다. 당장 들어가서 시계를 보니 5시가 되기 20분 전. 곧 프라한 마켓은 영업시간이 끝난다. 왼쪽에는 꽃과 과일, 식료품 등을 살 수 있는 멜버른 대표 시장 중 하나가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역시 멜버른 대표 카페 중 하나가 있다. 선택은 또 커피다. Market Lane Coffee에 들어와서 에스프레소 추출 커피 대신 지은씨가 추천해준 필터 커피를 선택했다. 연한 신맛의 감촉이 좋았다. Coffee Lovers 라는 노트에 따로 메일 주소를 적어두진 않았다.

멜버른 17번째 순간, 프라한 마켓의 마켓 래인 커피 바리스타에게



이번에는 작은 차이니즈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칠리 치킨라이스를 점심 겸 저녁으로 늦게 혹은 미리 먹어 버렸다. 이번에는 그레빌 스트리트 Greville Street 를 따라 가로로 걸었다. 채플 스트리트 보다 비교적 조용한 거리. 마트 같은 것이나 주차된 차. 지나가는 사람들. 역 근처에 낙서된 표지판들. 정처 없이 한참을 걸었더니 프라한 역에 도착했다. 지금 시간대면 알맞게 해변가에 도착할 것 같다.

멜버른 18번째 순간, 프라한 역 근처 주차된 차 속 우수꽝스런 장난감에게







브라이튼 비치 박스 Brighton Beach Boxes


Middle Brighton Station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다고 해서 내렸지만 해변가까지는 멀어 보인다. 가방은 무겁고 아직 남아있는 햇빛 때문에 여전히 덥다. 주택가를 통해 걷는 길은 나쁘지 않다. Neighbourhood watch 라는 빅토리아주 만의 범죄 예방 프로그램이 있다. 밀집된 주택가에서 이웃끼리 서로 얼굴을 익혀서 낯선 사람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웃의 눈! 역시 역에서부터 눈 벽화가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브라이튼 비치에 도착한 순간 이미 일몰은 시작되고 있다. 오늘도 하늘이 장관이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바다 쪽은 2순위다. 1순위는 뒤편 박스들. 시티에서 더 가까운 세인트 킬다 비치 대신 여기까지 온 것은 브라이튼 비치의 상징, 알록달록한 브라이튼 비치 박스(Bathing Box, Bathing Hut) 때문이다.


'Box' 라는 단어처럼 브라이튼 비치 박스는 집보다 훨씬 작은 크기이다. 이 박스들은 해변의 피크닉을 즐기기 위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해수욕을 할 때 매번 짐을 가지고 오기가 힘든데 몸만 와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니 정말 부러웠다. 말하자면 해변의 미니 별장인 셈이다. 그런데 가격은 결코 미니를 붙일 수 없다. 25만 AUD. 그러니까 2억 정도.


총 82개의 박스를 차례대로 모두 촬영했다. 각자 다른 색깔의 박스들이 같은 크기로 보였지만 눈 앞에서 하나하나 실제로 마주하니 문의 위치라던가 사소한 것들 또한 사뭇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프라이탁 가방처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인 것이다. 또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의 태도였다. 1번부터 순서대로 걷다 보니 열린 박스에서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그들은 매우 유쾌하게 내 카메라에 호응했다. 그중에 연달아 2개의 박스들을 열고 꽤 큰 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더 해가 지기 전에 삼각대를 펴고 타임랩스를 촬영했다. 약 180장가량을 찍는 동안 모래사장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호주의 자연은 한국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밤에는 해변을 더 걸어서 Brighton Beach 역까지 도착했다. 트레인을 타고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까지 한 번에 이동했다. 꽤 피곤한 상태였는데 다행이다. 역시 멜버른 여행의 시작점.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과 한 개와 생수 한 병을 사서 호텔로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백업하고 오늘 찍은 사진들을 간단히 검토했다. 또 마찬가지로 내일 촬영할 분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 연락을 하고, 오늘 만난 분들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12시. 자리에 누어 잠이 든다.

멜버른 19번째 순간, 플린더즈 스테이션 역에서 두고 내린 것을 우연히 집어든 승객에게








남자 사람 혼자 멜번 사진 여행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멜버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포트레이트를 촬영하기 위해 남자 사람 혼자 떠난 사진 여행



Day 1

인천공항 오후 출국


Day 2

멜번공항 - SKY BUS - 더블 트리 바이 힐튼 호텔 멜버른 - NGV 앤디워홀 아이웨이웨이 전시 - 멜버른 골목 투어 - 유레카 타워, 멜버른 주경&야경


Day 3

피츠로이 브런즈윅 스트리트, 카페 Proud Mary - RMIT 대학교 1 - 칼튼 라이곤 스트리트, Market Lane Coffee - RMIT 대학교 2 - 퀸 빅토리아 마켓 - 포트 멜버른, 일몰 타임랩스


Day 4

브런즈윅 - 도클랜드 -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  사우스 야라, 프라한, Market Lane Coffee - 브라이튼 비치 박스, 일몰 타임랩스 


Day 5

사우스 멜버른, 카페 St. Ali - 보타닉 가든 - 시티 아파트 - 리치몬드 - 야라강 - 시티 중식당 Korchi


Day 6

앨버스 파크 - 야라강 산책로 - SKY BUS - 멜버른 공항


Day 7

인천공항 오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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