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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DISPLAY Jul 12. 2017

호주에서 먹는 꽁치김치찌개

멜버른 아파트 - 리치몬드 - 야라강 - 코치


멜버른 아파트 Melbourne CBD Apartment


멜버른 시티 Spencer Street 의 아파트 로비에 도착해서 전화를 걸었다. 주영씨와는 한국에서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자신을 모든 대륙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 이야기가 상당히 끌려 더이상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곧 주영씨가 모습을 비쳤다. 상상하던 것처럼 진지함이 묻어있는 청년의 얼굴이었다. 집에 들어가서 여자친구인 혜미씨와도 인사를 나눴다. 우리 셋은 멜버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19층 아파트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시작했다.


멜버른 크라운 카지노 호텔에서 요리사로 같이 일하는 두 명의 젊은 친구들과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호주 사내 커플의 에피소드에 대해, 그리고 여행에 대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점심 때가 조금 지난 시간. 기꺼이 내게 가장 자신있는 한식을 대접해 주겠다고 했다. 혜미씨가 잠시 나갔다가 한국어로 꽁치라고 써진 통조림을 들고 들어왔다. 호주에서 어떻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거지? 두 사람이 맛있는 냄새를 내며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모기향이 타들어가는 과정과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해 잠시 생각했다. 방 안에는 쏜애플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마늘과 고추로 알싸한 맛을 낸 꽁치김치찌개와 계란후라이가 덮혀진 완두콩 밥에 김까지 싸먹고 있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호주인지 헷갈렸다. 멜버른에서 먹은 최고의 음식은 놀랍게도 한식이었다.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주영씨는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한식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어요. 도저히 이 맛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문화 차이였어요. 왜 우리도 김치를 만들지는 못해도 어떻게 만드는지는 대충 알잖아요? 자기 나라 문화는 본인들이 자세히 알기 때문에  맛있게 요리할 수 있나봐요. 아이러니컬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배우러가서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한식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여행 마지막 날인 나, 오늘 휴무인 주영씨. 그러나 혜미씨는 늦은 오후에 출근을 해야한다.

"아 진짜 출근하기 싫다. 갑자기 전화와서 오늘 안나와도 된다고 했으면 좋겠어."



"두 분 옷을 맞추신거예요? 꼭 스티브 잡스 커플 같네요."

"하하. 그러게요. 그런데 형님도 저희랑 옷이 똑같아요."



멜버른 24번째 순간, 전망 좋은 19층 아파트에서 혜미씨와 주영씨에게



촬영이 끝나고 다 같이 밖으로 나와 혜미씨는 출근, 주영씨는 배웅을, 나는 호텔로 걸었다.







리치몬드 Richmond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가는 리치몬드 행 트레인을 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 리치몬드. 갤러리는 문이 닫혀 있었고 바와 레스토랑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행자의 신분이라 요일을 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틀림없는 토요일. 조금 쓸쓸한 감정으로 걷는 리치몬드의 거리에서는 그것과 상응하는 것들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예정된 계획 시간보다 1~2시간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멜버른 25번째 순간, 문닫힌 앨버트 갤러리 메일박스에게







야라강 Yarra River


여행 마지막 날의 밤은 가장 가벼운 차림으로 가장 시원한 바람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다. 근심의 덩어리인 카메라를 호텔에 두고 밖으로 나왔다. 시티 헝그리 잭스에 들어와서 와퍼, 감자튀김, 환타를 주문했다. 역시 맛은 버거킹과 다르지 않았다. 호주의 헝그리 잭스는 버거킹과 이름만 다를뿐 동일하다.


이어 야라 강 산책로를 걸었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멜버른의 하루에서 간단하게 토요일 저녁으로 돌아왔다. 나도 그들과 함께 평범한 토요일의 저녁을 보내고 있다. 그 때 주영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혜미씨가 일찍 끝나서 함께 놀자는 연락이었다. 괜히 주말 데이트를 방해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아까의 대화가 더 이어지길 원하는 마음이 더 컸다. 호텔로 돌아와 짐 정리를 끝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차이니즈 레스트랑 코치 Korchi


주영씨와 혜미씨를 다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시티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시티는 더욱 주말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길게 늘어선 줄들. 클럽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호주의 젊은 친구들의 마음도 한국도 다르지 않구나. 더 올라가서 차이니즈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반가운 한국말이 들린다. "어서오세요" 이 곳은 한국인이 자주 오는 멜버른 맛집 코치이다. 메뉴판에 한글과 영어가 섞여 있다. 탕수육 Large와 짬뽕 그리고 참이슬 1 Bottle을 주문했다.



이번에도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다른 여행들과는 다르게 이번 여행에는 대화가 있다. 촬영 전 나누었던 대화가 길어져 정작 촬영보다 대화에 더 빠지기도 했다. 여행 중간을 넘기자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쪽이 진짜 여행에 가깝지 않을까?' 여행과 작업의 중간쯤. 멜버른에서 만났던 한국인 유학생, 부부, 워킹 홀리데이 사람들에게 내가 던졌던 질문들. 이번에는 내 차례가 왔다.


"형님은 뭐가 제일 좋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그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었어요, 사진, 음악, 영화, 여행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그거 하나만 평생 하라고 했을때는 괜히 망설이지더라구요. 근데 먹는건 평생 그거만 할 수 있을것 같았아요.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게 되겠죠. 결론은 치킨이었어요."


두 친구가 나를 호텔까지 배웅해주었다. 여러 여행의 밤 중 가장 행복한 밤이었다. 새벽 4시반. 침대에 누어 미소를 지었다.








남자 사람 혼자 멜번 사진 여행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멜버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포트레이트를 촬영하기 위해 남자 사람 혼자 떠난 사진 여행



Day 1

인천공항 오후 출국


Day 2

멜번공항 - SKY BUS - 더블 트리 바이 힐튼 호텔 멜버른 - NGV 앤디워홀 아이웨이웨이 전시 - 멜버른 골목 투어 - 유레카 타워, 멜버른 주경&야경


Day 3

피츠로이 브런즈윅 스트리트, 카페 Proud Mary - RMIT 대학교 1 - 칼튼 라이곤 스트리트, Market Lane Coffee - RMIT 대학교 2 - 퀸 빅토리아 마켓 - 포트 멜버른, 일몰 타임랩스


Day 4

브런즈윅 - 도클랜드 -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 사우스 야라, 프라한, Market Lane Coffee - 브라이튼 비치 박스, 일몰 타임랩스


Day 5

사우스 멜버른, 카페 St. Ali - 로얄 보타닉 가든 -  시티 아파트 - 리치몬드 - 야라강 - 시티 중식당 Korchi


Day 6

앨버스 파크 - 야라강 산책로 - SKY BUS - 멜버른 공항


Day 7

인천공항 오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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