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yet beautiful
일 년의 성적표를 받아 드는 계절이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 속 몇 줄의 평가와 등급.
그것들이 나의 지난 365일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Not everything that counts can be counted.
"더 잘할 수 있었을까?"
"그때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이
먼지처럼 떠다니며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래서,
그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하고 싶어?”
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단호한 No다.
대단한 성취를 이뤘기 때문이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트로피를 손에 쥐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나는 그 시간들을
온몸으로 통과해 왔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 반,
졸린 눈을 비비며 물을 끓이고,
쓴 커피 한 잔으로
억지로 정신을 깨우며 버텨낸
그 모든 아침이 나에게는 있다.
The best way out is always through.
남들이 말하는 정답 같은 길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때로는 요령이 없어서,
때로는 미련해서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울퉁불퉁하고 서툴렀던 시간들 속에는
타인의 평가로는 결코 측정되지 않는
나만의 밀도가 담겨 있다.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건,
지금의 결과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쏟아낸 그 시간의 무게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칭찬받지 못한 노력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고민도,
결국 내가 감당하고 살아낸 나의 삶이었다.
책상 위,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처음의 따뜻함은 사라지고
차가운 산미와 쓴맛만이 혀끝에 남는다.
하지만 이 맛 또한 커피의 일부다.
나의 일 년도 그렇다.
아쉽고, 조금은 쓰고,
만족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어도
이것은 온전히 내가 마신 시간이다.
그러니 나는 빈 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히,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치열했어. 그거면 됐어.
돌아가진 않을 거야.”
Bitter, but mine.
I own my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