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ears, Open world.
"Jump first, build wings on the way down."
(일단 뛰어내려라, 날개는 떨어지면서 만들면 된다.)
나는 흔히 말하는 '팔랑귀'다.
귀가 얇아도 너무 얇다.
"요즘 이게 대세래",
"이거 하면 인생이 달라진대"라는 말만 들리면,
펄럭이는 귀와 함께
어느새 내 몸도 그쪽으로 향한다.
줏대 없다고? 글쎄, 나는 이것을
'호기심이 많고 실행력이 빠른 것'
이라 우기고 싶다.
나의 올해가 그 증거다.
직장 동료가 "책 읽고 나누는 게 좋다더라"
말을 하자마자 덜컥 사내 독서 동호회를 만들었고,
"ESG 시대에 이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지"라는 말에 솔깃해 생소한 AA1000 자격증을 따냈다.
그뿐인가.
"인생에 한 번쯤은 몸을 만들어봐야지"라는 유혹에
덜컥 바디프로필 카메라 앞에 섰고,
"공부는 때가 있다"는 교수님의 조언 한마디에
덜컥 박사과정에 등록해 다시 학생이 되었다.
일단 뛰어내렸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날개를 만드느라 힘을 다했다.
Jump first, build wings on the way down.
맥락도 없고, 분야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행보를 보며
"하나라도 진득하게 하지"라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 가벼운 귀와 빠른 발을 사랑하기로 했다.
일단 저질러보지 않으면,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아니면 내 인생을 바꿀 최고급 원두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를 감별하는
‘커핑(Cupping)' 작업을 떠올려본다.
바리스타는 수많은 산지의 커피를 일단 맛본다.
들이키고, 굴리고, 뱉어낸다.
그 수많은 '테이스팅'의 과정 없이는
결코 최상의 블렌딩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나에게 '해본다는 것'은
바로 이 인생의 테이스팅 과정이다.
팔랑귀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숟가락을 인생의 식탁 위에 얹어보았다.
물론, 다 좋았던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내 성향과 맞지 않아
뱉어내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쓴맛),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준 경험(단맛)도 있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내 몸의 한계를 마주한 건
썼지만 끝맛은 달콤했고,
박사과정의 논문들은 떫었지만
지적 갈증을 채워주는 산미가 있었다.
중요한 건,
일단 저질러본 뒤에 '골라내는(Filtering)' 작업이다.
무조건 다 끌어안고 가는 게 아니다.
해봤기에 비로소 알게 된
'나의 취향'과 '나의 핏(Fit)'을 기준으로,
남길 것과 털어낼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해보지 않았다면
막연한 동경이나 두려움으로만 남았을 일들이,
일단 저질러본 덕분에
구체적인 '데이터'로 내 안에 쌓였다.
이것은 나에게 맞고, 저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이 감각은 오직 실행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팔랑귀로 살 생각이다.
세상의 달콤한 제안들에 귀를 열어두고,
언제든 덤벼들 준비를 할 것이다.
수많은 시도 끝에 남겨진 것들만이,
진짜 '나'를 설명해 줄 테니까.
나는 오늘도 펄럭이는 귀를 쫑긋 세운다.
"다음엔 또 뭐가 재밌을까?"
Better an 'oops' than a 'what 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