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일지도
보통 손님들이 오면 내어주는 작은 방이 있다.
특별한 꾸밈은 없고 그저 빈 침대와 책장이 전부인 방이다.
다른 방은 모두 주인이 있지만
누구나에게 허락되는 그 방은 책들이 주인이 되어 특유의 향을 풍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내에서 약속을 잡으면 일부러 여유 있게 나와서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서점에 가면 특히 새로 출간된 책들이 화려하게 누워있는 자태에 매료되어 정신이 아득해지기 일쑤였다.
공짜로 책을 빌려주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나를 반기는 도서관은 또 어떠한가.
도서관에서 해묵은 책이 내뿜는 향도 역시나 우리 집 손님방의 냄새와 흡사하다.
모습을 달리 한 나무가 내뿜는 따뜻한 냄새.
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책의 촉감과 향기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아빠는 일평생을 제본소에서 보내셨다.
그런 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나는 종이가 잘리며 날리는 먼지 냄새. 그리고 새롭게 묶여 나올 때의 신선한 책의 냄새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맡아볼 수 있었다.
갓구은 빵이 나올 때 그 구수한 냄새만큼이나 새로 만들어진 책의 향기는 어쩐지 마음의 안정감을 선물한다.
대학에서 글을 전공하고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런 감냥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역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무당이 작두를 타듯이
돌고 돌아 결국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다 보니... 결국 책이었다.
그래. 나는 책을 만들고 싶어.
정말 좋은 책.
여름날의 나무 그늘처럼 쉬어가는 책.
또 겨울의 군고구마통처럼 훈훈함이 감도는 책.
특별한 재능은 내게 없지만
그럼에도 혼자라 가능한 일.
1인 출판을 시작해 볼 참이다.
다른 누구처럼 화려하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어떤 이의 가슴에 전하는 작은 손난로 정도면 충분하다.
부족하고 어설퍼서 부담 없는 그런 출판사.
출판사 대표들이 대게 그럴 테지만 나 역시도 책을 좋아하므로. 그 이유만으로 시작하는 여정.
성실한 작가는 아니기에 매일은 아니라도
간간히 브런치에 일기처럼 출판사와 책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