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는 아니지만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얼굴만 익숙하고 정확한 촌수는 알 수 없는 진짜 사돈의 팔촌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날.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인지 그냥 아는 얼굴을 만났을 때의 편안함인지 모를 묘한 안정감도 느끼는 시간.
"오셨어요." 살짝 들뜬 인사를 하고 사실은 크게 관심은 없지만 익숙하게 묻는 안부.
요즘은 어디에 사니, 애는 몇 살이니 또 하는 일은 잘 되고 있니.
다 괜찮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엄마 사촌의 질문이 있기까지는. 정말 평온했다.
혼자 소주를 홀짝이기가 적적 해서였을까.
"그래 지금도 거기 살고? 00는?"
순간 딸아이와 남편이 멈칫하며 빠르게 내 감정을 살폈다.
"00는 제주도."
"그래... 멀리 있구나. 어쩌다가 제주도까지 갔어?"
그 뒷말에 대답은 따로 없었다. 그저 미소만 옅게 띨 뿐.
순간 속으로 '다행이다. 이 질문이 엄마가 아니고 나에게 와서 정말 다행이다.' 하고 안도했다.
'자연스러웠어. 그래 됐어.'
그 이후로 동생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더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는 우리가 미처 소식을 전하지 못한 누군가가 다시금 그 아이의 안부를 형식처럼 또 물어볼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은 이어졌다.
집에 돌아와서 술잔을 기울이며 남편에게 그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냥 말이 하고 싶었다.
"그 말에 굳이 사실을 알리면 그 테이블에 있는 모든 사람들 마음이 어떻겠어. 그리고 너무 놀랄 거잖아. 나를 울리려고 물어본 질문이 아닌데... 나름의 배려였어. 거짓말한 게 아니라."
"알지... 근데 그렇게 대답하는 당신의 마음이 어땠을지... 힘든 대답이었을 거 같아... "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사실은 이 결혼식 바로 전에 아주 가까운 사촌들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건 내동생이었다.
모두 한대 불러 놓고 정작 본인은 참석하지 않은 그날.
모두가 참으로 힘든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다시 모인 잔칫날.
축복의 기도도 하고 출발했지만 사실 마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누구보다 이런 경조사에 진심이었던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리고 걱정했다.
엄마, 아빠는 어떨지... 내 마음이 이 정도 무게인데 얼마나 사무칠지. 그래서 더 편치 않았다.
"시간 가면 다 잊혀 괜찮아." 많은 사람들은 진심을 담아 틈틈이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아직은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일까...
갑자기 툭툭 마주칠 동생의 흔적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예보도 없었는데 비가 왔다.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면 요즘 부쩍 비가 온다.
'왜? 너도 함께 하고 싶니?'
또 혼자만 맥없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