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 따서 어따 쓰냐구요?일단 제 인생을 더 잘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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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석사 졸업 논문 심사 준비 중입니다. 죽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제가 이미 석사 학위를 받은 친구에게 '석사를 딴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고 하자 친구는 장난스럽게 울분을 토하며 이렇게 답했습니다ㅋㅋㅋ 듣던 사람들(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은 다 빵터졌네요.
그렇죠. 사실 학위라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과학 혹은 기술 쪽일수록, 더더욱.
'너 그래서 너가 할 수 있는게 뭐야?'라는 답변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학위라는 것 자체는 실제로 아무것도 보장, 보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게
라고 묻는다면 저는 석사 학위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제가 살아온 삶과는 거의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우고 성장했다고 답하려 합니다. 더 좋은 삶을 사는 인생을 배웠다고요.
제가 살면서 이만큼까지 근본적으로 제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어떻게서든 발전하려고 제 삶의 형태와 자아를 바꾸려고 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어지는 글들은 제가 어떤 점을 배웠는지 다루고자 합니다.
오늘은 가장 크게 배운 것 세개를 적습니다.
논문과 연구라는 것은 제 이름 석자를 첫번째 저자로 걸고자 하는 일입니다.
즉 정말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만큼 A부터 Z까지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책임은 제가 영문과로서 학부를 보낼 때도 해당되는 일이었으나,
석사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언어 논리로서 납득시키는 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방법, 모든 숫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영문과 학부때는 학부생인만큼
제가 쓴 글이 교수님 한분이나 같은 수업 동기들만 설득시키면 되었던 일인 것과 달리,
석사 때의 연구와 논문은 국제 저널 출판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니
제가 연구하는 분야, 그 넘어서의 모든 과학자들에게 까지 입증을 해야하는 책임감이 커졌습니다.
덕분에 더욱 더 끊임없는 자기회의와 검증을 거치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결과가 잘 안나오면, '왜지??? 어디가 잘못된거지???' 하고 뜯어봐야하고,
결과가 생각만큼 매우 잘 나와도, '정말??? 사실인가??? 실수 아냐???' 하고 뜯어봐야만 합니다.
덧붙여... 연구에 대해서 온전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사실 본인의 졸업 타임라인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과가 안나오든, 데이터를 모으기 힘든 상황이든, 누군가가 실수를 한 상황이든,
결국은 나의 연구이고 나의 일이니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조금이라도 전가시킬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책임감은 밤에 잠도 안오게 하고, 소화도 잘 안되게 하는 마음의 짐이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졸업하고 나서 설령 제 전공을 전혀 살리지 못하더라도 이 마음가짐이 저의 독립성과 전문성의 근본일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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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말은 쓰면서도 정말 쓰기 어려운 말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건 제가 속했던 대학원의 상황에 달려있던 면도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대학원생들의 소식 중에서는 그 누가 들어도 억울한 상황들도 종종 들렸습니다.
특히, 졸업을 볼모로 누군가 부당하게 협박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그 사람이 누가 되었든 그 사람의 행동이 악한것이 맞습니다. 대학원이라는 위계 질서가 특수하고, 환경이 폐쇄적일 수 있기에 분명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다양한 연구실의 환경이기에...
그 상황에 놓였던 한 친구는 '억울하면 강해져'라는 말이 자신의 독기의 유일한 근본이라고 하더군요...
할 수 있는 방법은 비상탈출(자퇴, 랩 바꾸기, 석사전환 등) 하거나, 절대로 발목 잡히지 않을 성과를 내는 것 뿐이었다구요. 그 친구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그 말을 듣던 친구들은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하니,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멀리 들려오는 한 대학원생은 성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도, 교수님께서 졸업 안시킨다는 연구실 이야기도 들었다고 합니다. 군문제가 걸려있는 학생이었기에 더더욱 속수무책이었다고.
혹시나 이런 상황이라면 너무 자기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버티시는 것을 선택하신다면... 아무리 환경이 자존감을 할퀴고 바닥에 떨어뜨리더라도, 본인만큼은 꼭 본인이 행복할 자격이 넘치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시길.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의 행복을 위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데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까워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인데...
솔직히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으로서 어떠한 위로를 드릴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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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대학원 입학할 때만 해도, 연구는 각개 전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교수님과 미팅을 하는데, 교수님께서 연구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안가는 면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내이름 걸고 하는 일인데? 어떻게 각개전투가 아닐 수 있지? 하는 어리고 짧은 생각이었던거죠.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이해합니다.
연구는 절대로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그건 더 이상 제가 속한 학문 분야에서의 연구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데이터로서 사람 참여자를 다루는 연구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컸습니다. 연구자끼리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사람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데이터 한명도 못 얻는 분야거든요.
저는 이러한 점을 진정으로 배울 수 있어서,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 덕분에 저는 이 모든 생활이 가능했고,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주변환경이 저의 성장을 도와준다는 것을 천운으로 여기게 되니, 그저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가 각개전투가 아니고, 좋은 환경이 있어서 가능한 발전이었다면,
결국 저의 연구와 저의 성장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배운 세번째 점은, 교육을 도와주려고 하고 랩에서 연구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는 것.
이건 제가 학부때도 가졌던 마음가짐이기도 했는데,
석사 학위를 거치면서 저보다 더 잘가르치는 사람들을 보고, 제게 공식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도움을 주고, 서포트하는 역할이 주어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자립성(autonomy),
주변 환경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발전,
그에 따르는 보은 정신 (?)이 핵심인 것 같네요.
이제 정말 졸업이 코앞이라 일단 세이브 분 원고를 사용했는데,
옮겨적으면서 다시 보니 추후 많은 수정을 거치게 될 것 같습니다.
날씨도 좋은 주말에, 행복을 누리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도 최고의 기회, 최고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
실패는 없다. 다만 미래로 이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 엔터니 로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