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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Apr 21. 2021

2021-04-20 지금 이 순간

손톱을 바짝 깎았다.


기타 줄을 아무리 눌러도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 것 같아서 괜한 마음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손톱을 바짝 깎고,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연습했을 뿐인데, 타이핑을 치는 왼손의 감촉은 얼얼한 통증이 함께한다. 오감을 쓰는 취미는 글을 쓰고, 글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들과는 달리 내면의 생각이 아닌 외보의 자극들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떻게 이 줄을 누르고 있는지,

오른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이 소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손에 조금만 힘이 빠져도, 소리의 떨림이 어떤 음색으로 변하는지.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으로, 혹은 사진에 담으려는 마음으로 뭔가를 눈에 담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순간을 담고 싶은지,

어떤 표정이 내가 기억하고 싶은 표정인지,

그 사람의 눈빛이 어디를 향하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서 씩 하고 짓는 표정,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에게만 찰나의 순간으로 허락된 표정들에 예리하게 집중해야만 담을 수 있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주저하면 포착할 수 없는, 지금 아니면 영영 붙잡을 수 없는 꽃잎과 눈부신 별똥별들.


생각을 멈춰야만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하나의 상태(state)가 아닌 순간(moment)이기에 더욱 귀한 것들.

결코 영원하지 않기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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