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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Apr 28. 2021

2021-04-24 봄

은은하게 자신의 결과 시간으로 빛나는 진주 같은 행복의 표현

봄. 드디어 이곳에도 봄이 찾아온 듯했다. 공기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 생기가 달랐다. 어젯밤에 와인 여러 종을 섞어먹어서 숙취와 함께 찾아온 것이 살짝 문제였지만. 만나기를 고대하던 선배와 예약해둔 브런치를 먹는 시간은 평화롭고 잔잔한 행복이 포크 한 번씩 찍을 때마다 입안에서 달콤함으로 퍼져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잔잔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이 분위기를 누리는 것 같은 그의 잔잔한 미소는 심장 박동 뛸 때마다 욱신한 두통조차 그저 두근거림의 다른 표현이라고 잊게 해 줘서, 좋은 시간이었다. 걷기를 좋아한다는 선배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산책 루트에서 함께 걸었다. 선배는 이렇게 보물 같은 곳을 알려줘서 고맙다며, 그만의 잔잔한 방식으로 행복을 뿜어냈다.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은 뿜어짐이 아니라, 은은하게 자신의 결과 시간으로 빛나는 진주 같은 행복의 표현. 그저 말없이 걸어도 그가 좋아하는 것이 느껴져서, 뭐가 얹힌지도 모르고 지나간 시간. 그를 보내고 나서야 나는 내가 단단히 체했음을 깨달았는데, 오랜만에 체한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그냥 깨끗하게 비워내고 쓰러져서 잠들어버렸다. 아플 때 누군가 나의 머릿결을 쓰다듬던 손길을 기억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늘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 소중히 품고 필요할 때 아껴서 꺼내보는, 나의 따뜻하고 빛나는 조약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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